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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 살림 | 2021-09-16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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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 살림 | 2021-09-16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0-13) 대출:0, 예약:0, 보유수량:5 지원기기: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독자서평 3,400개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후 12년 만의 신작
다섯 살 아이티 소녀 ‘치카’와 미치 앨봄의 감동 실화
잔잔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책에는 읽을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힘이 있다.
_배우 차인표·신애라 추천사 중에서
핏줄로 이어지지 않아도
사랑으로 가족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독자서평 3,400여 개!
『치카를 찾아서』는 아이티 지진에서 살아남은 다섯 살 시한부 소녀 치카와 미치 앨봄이 만나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휴머니스트인 미치 앨봄이 다시 한번 우리 삶의 고통과 행복을 어루만진다.
아이티 지진을 계기로 마주하게 된 다섯 살 소녀 치카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과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해 비로소 찾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출간 당시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사랑스럽고 빛나는 가슴 아픈 찬사” “소망, 믿음, 그리고 무조건적 사랑을 바탕으로 한 비극적이고도 희망적인 이야기” “의심할 여지없이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이 될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치카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는 해 쓰기 시작한 이 책은, 너(치카), 나(미치 앨봄), 우리(가족)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반복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슬픔에 빠진 미치 앨봄 앞에 죽은 치카가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줄 것을 제안한다. 그는 치카가 영원히 자신의 곁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치카가 가르쳐준 교훈들을 글로 쓰기로 한다. 고통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치유의 글쓰기보다는 어린 소녀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되돌아보는 회고록에 가깝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모리가 14번의 만남을 통해 삶의 비밀과 기적을 가르쳐준 것처럼 치카가 알려준 7개의 빛나는 삶의 교훈을 오롯이 담았다.
‘나’와 ‘너’에서 시작되는 ‘우리’의
일곱 가지 빛나는 삶의 기적!
20년 전에 시작된 모리와의 여행이 마치 치카의 죽음에 대처하기 위한 신의 계획처럼 느껴질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을 저자는 깨닫는다. 앞으로 닥쳐올 암울하고 절망적인 소식에 대비해 견고한 철학과 강인한 심장으로 무장하게 하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담담하게 읊조리는 미치 앨봄 특유의 문체가 빛난다. 이미 죽어간다는 건 수많은 슬픈 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모리 교수를 통해 배웠지만, 저자에게 치카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극복될 수 없는 큰 슬픔으로 남아 있다. 모리와의 경험이 세속의 욕망을 떠나 자선의 삶으로 바꿔놓았다면 치카는 아이가 없었던 저자에게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고 남은 시간을 기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고백한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썼거나 앞으로 쓰게 될 책들 중 가장 힘들게 쓴 책이자 가장 중요한 책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우리 삶의 어떤 국면보다도 더 많은 것을 치카로부터 배웠다.”라고. 『치카를 찾아서』는『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시작된 ‘삶과 죽음’의 화두를, 한층 더 깊어진 사유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확장된 차원으로 이끌어낸 미치 앨봄의 또 하나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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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 한겨레출판 | 2021-09-14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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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 한겨레출판 | 2021-09-14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0-13) 대출:0, 예약:0, 보유수량:5 지원기기:
“사람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피해자·민원인·피고인·증인…
이름만 달리하여 출몰하는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에게
생의 한 귀퉁이를 내어주는 어느 검사의 이야기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은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부부장으로 재직 중인 16년 차 여성 검사 정명원이 쓴 첫 책이다. 저자는 검사라는 직업이 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차갑고 공격적이고 조직 논리로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실상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검사들은 특수부·공안부 검사들일 뿐이며 이들은 대한민국 전체 검사 중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나머지 90%인 형사부·공판부 소속의, 야근 많고 재판 도중 울기도 하고 민원인과 좌충우돌하기도 하는 ‘비주류’이자 ‘회사원’ 검사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이 지향해야 할 완전무결함이나, 거악 척결 등 거대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검찰청 한 귀퉁이에 기록으로 실려 오는 수많은 인간 군상과, 때론 ‘웃프고’ 때론 애잔하게 저자를 심적으로 괴롭히고 보람을 느끼게 했던 사연들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에게는 유죄·무죄를 넘어 회색지대가 존재했으며, 공소장에는 다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그득하게 남았다. 재판 도중 사라진 피고인, 상복을 입고 검찰청을 방문한 사기 피해자들, 법정에서 갑자기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증인 등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의 못다 한 이야기가 여러 편의 드라마를 보듯 전개된다. 저자는 정량의 범죄 너머 부정량까지 이 책에 모두 담고자 했다.
“살고, 사랑하고, 속이고, 일하고, 다투고, 찌르고, 외면하고, 울고, 탓하고, 쾌락하고, 절망하고, 그러고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밀려왔지. 기록으로 인쇄되어 오는 삶들을 가르고 계량해서 그에 적합한 이름표를 붙여주는 일은 언제나 버거운 것이었어. 하물며 그것을 직업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일이란 늘 고단하고도 두려운 것일 수밖에.”_8쪽
“내가 내어놓은 법률 서비스가
간혹 누군가에게 한 그릇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외곽주의자’ 검사의 기쁨과 슬픔
저자는 뜨겁고 뭉클한 삶의 결들을 세상에서 가장 간결한 문체로 공소장에 옮기는 것이 검사의 일이지만, 아무리 무심하고 ‘시크한’ 명조체로 쓴다 하더라도 검사의 삶이란 늘 어느 정도 울렁거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검사’가 되었다. 불기소장을 쓰는 일은 기소장을 쓰는 일만큼 검사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검사로서의 실적을 평가받는 데는 불리했다. 또한 특수부나 공안부를 지향하지 않는 검사는 의욕이 없는 자, 검사 일에 대한 애착이 없는 자로 평가될 뿐이었다. 이로 인해 저자는 ‘이런 내가 검사여도 괜찮은 걸까’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한 방황과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10년 차 검사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세상이 설정한 중심으로 모두가 달려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루저’라고 부른다 하더라도, 저자는 조금 축축하고 그늘진 외곽의 자리에 ‘이끼’와 같은 존재가 되기로 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생물들의 그늘이 되어주는 이끼처럼, 형사 법정에서 펼쳐내는 생의 비극적 단면에 함께 공감하고 진동하는 누군가가 되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의 외곽 형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외곽주의자에게 이제 그런 류의 이름 붙이기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중심의 질서가 우리를 루저라고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별 상관없다. 외곽주의라는 것은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 어떤 취향에 가깝다. 중심을 거부하겠다는 높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체질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복잡한 곳, 핫한 곳, 관심이 집중되는 곳, 가장 높고 가장 비싼 곳이 좀 불편할 뿐이다. 그 불편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겠다는 다소간의 고집이 외곽주의의 실체다._272~273쪽
“울보검사·엄마검사·지방검사·비주류검사…”
평범한 직장인들의 리얼하고, 슬기로운 검사생활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대한민국 검사의 90%인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의 리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피해자의 사연에 감정이입되어 재판 때마다 우는 검사의 이야기, 곱창집에서 회식을 하다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논하는 검사들만의 진지한 농담, 재판장에서 ‘딥 블루 레이디(새파랗게 젊은 X)’ 소리를 들은 젊은 여성 검사의 에피소드 등 검찰청에서의 평범하지만 색다른 하루하루를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저자를 찾아온 피해자·민원인·피고인·증인 등 이름만 바뀌어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주거침입죄로 잡혀온 남자가 ‘장 트러블’로 화장실을 가려고 한 것이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사연, 매주 검사를 찾아와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고 민원을 하는 어느 영감님의 이야기, 사랑하는 연인이 어느 사건의 피고인과 증인으로 함께 법정에 섰다가, 갑자기 증인이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며 재판을 뒤엎은 사건 등 저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상처 입은 이들에게 한 그릇의 위로를 건넨다.
3부에서는 슬기로운 검사생활을 위한 검사들의 필수 아이템인 보자기·캐비닛에 관한 소개부터 검사들의 ‘석순 문화’에서 비롯된 일상 속 코믹한 일화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검사의 적성’, 여성검사·엄마검사로서의 삶, 조금은 폐쇄적인 검사 세계에서 ‘소심한 자유주의자’를 꿈꾸며 만들어놓은 저자만의 법칙, ‘그냥 인간’이 ‘검사 인간’으로 변이하기까지의 과정 등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4부에서는 ‘외곽주의자’로 살아왔던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유쾌하고도 진중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사법고시생 시절 노량진 학원가의 발 잘린 비둘기를 보며 느꼈던 소회, ‘위로받는 사람들의 국숫집’이라는 이름의 국숫집 사장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 스위스에 가족여행을 떠나 휴대폰을 잃어버린 뒤, 검사 가족답게(?) 금속 탐지기로 휴대폰을 추적했던 일화 등을 읽다보면 키득키득 웃다가도 때론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의 민원인들은 끊임없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며 나와 함께했다. 어떤 날은 화를 내고 어떤 날 은 그들을 달래면서 실은 나도 위로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의 모든 요구에 답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답이 아니라 다만 관계로서만 존재하는 요구도 어딘가에는 있다는 사실, 우리는 서로 답답하고 복장 터지는 관계였지만 어쩌면 그 시절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유일한 벗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15년쯤 지난 어느 날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여사님과 영감님은 안녕들 하실까._124쪽
“혹시 모를 단 한 사람의 억울함도 빚어내지 않기 위해”
법의 논리에 포획되지도,
입증되지도 않는 진실 너머의 풍경들
얼마 전, 모 방송국 TV 프로그램에서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인 ‘정원섭 씨 살인 누명 사건’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이는 경찰과 검찰을 넘어 국가가 주도적으로 고문하고, 거짓 자백을 받아내 한 사람의 인생을 ‘말살해버린’ 사건이었다. 그는 누명을 벗기 위해 30년간을 국가와 싸워 죄를 벗었지만, 사라진 인생에 대한 손해배상은 끝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요즘은 과거와는 다르게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좀 더 명확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범죄 사건을 밝히는 데 오차 범위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CCTV·휴대폰 통화내역·카드결제 내역 등 때로는 모든 증거가 피고인을 지목하는 명백한 사건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증거가 여실할수록 혹시 모를 한 사람의 인생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조바심 내며 사건에 임한다. 법정에서 인간에 대한 빈약한 상상력과 경험으로 사람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자들에 의해 진실의 실체가 가려지는 것을 보며 마른 침을 삼키기도 한다. 저자는 법조인의 시선으로 이 책을 썼지만, 그 밖에 법의 논리에 포획되지 않는 세상살이·사람살이를 마치 한 편의 검사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검사의 수사력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위험보다 한 사람의 억울함을 빚어낼 위험이 더 크고 중하다. 그것은 신이 아닌 우리가 감히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정한 원칙이다. 입증해내지 못하는 진실은 사법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것은 때로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인간을 무기력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한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다가갈 수 있는 진실의 가까운 지점이 되는 것이다._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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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전범선 | 한겨레출판 | 2021-08-26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0-13) |
1646 |
[에세이/산문]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전범선 | 한겨레출판 | 2021-08-26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0-13) 대출:0, 예약:0, 보유수량:5 지원기기:
낮에는 책방 주인, 밤에는 로큰롤 연주
그리고 비거니즘과 동물해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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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독립문화인’으로 살고 있는
전범선의 21세기 양반 라이프스타일
*록커 등 20대 청년들, 성대 앞 33년 지킨 사회과학서점 ‘풀무질’ 인수 “책방 지켜 역사 단절 이을 것”
- 「한국일보」 2019년 1월 18일 기사 중에서
밴드 ‘양반들’ 보컬이자 성대 앞 사회과학서점 ‘풀무질’ 대표인 전범선이 첫 산문집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를 출간했다. 2019년 초, 전범선은 폐업 위기를 맞은 33년 된 책방 ‘풀무질’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왜 빚더미에 쌓인, 쓰러져가는 책방을 이어받기로 결심한 걸까.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한 저자는 컬럼비아 로스쿨에 합격, 한때 국제변호사를 꿈꾸었다. 하지만 로스쿨에 입학하지 않고 현재 해방촌에 살며 낮에는 풀무질에서 글을 쓰고, 밤에는 로큰롤을 연주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은 대한민국을 벗어나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역설적으로 자신의 뿌리와 자리를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을 담았다. 그는 왜 로스쿨 대신 로큰롤을, 옥스퍼드 대신 해방촌을 선택한 걸까?
저자는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며 난생 처음 철저하게 경계인으로 살았다. 이방인과 소수자로 살며 하도 눈치를 봤더니 별로 남 신경을 안 쓰게 됐다. 덕분에 한결 자유로워졌다. 눈치를 덜 보니,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책방 ‘풀무질’ 주인, 출판사 ‘두루미’ 대표, 밴드 ‘양반들’ 보컬, 전 채식 레스토랑 ‘소식’ 공동대표,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 칼럼니스트 등. 벌여놓은 일이 많아 불안하기도 하지만 삶이 만족스러운 이유다.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있지는 않지만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지금, 남의 눈치 안 보고 로큰롤을 연주하고,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로 행복하게 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로스쿨 입학을 취소했다.
돌이켜보면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그냥 눈치 좀 안 보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휘뚜루마뚜루: 나의 뿌리를 찾아서」는 늘 1등으로만 살았던 저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다는 고등학교에 입학, 오히려 ‘공부는 경쟁’이라는 강박관념에서 탈피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후 미국과 영국으로 이어지는 유학길에서 어니스트 사토우, 호모 헐버트, 토머스 페인의 사상과 철학을 읽고 공부하며 비로소 대한민국의 뿌리와 나의 뿌리를 이해하게 된다. ‘다트머스맨’, ‘런던의 조선인’, ‘옥스퍼드 양반들’, ‘꿈은 동사, 자유는 부사’로 이어지는 글은 저자가 자아를 찾고 나와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 시절 동안 저자는 인종과 성에 관한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을 부수고, 본인만의 자유를 확립한다.
2부 「성균관 두루미: 나의 자리를 찾아서」는 저자가 그간 발언해온 사회적 비평을 모았다. 1부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방랑했다면, 2부에서는 나의 자리를 찾아 다양한 일을 도모하고 자신의 신념을 글로 남기고 행동한다. 성균관대 앞 서점 ‘풀무질’ 인수 이야기를 비롯해 인문학, 음악, 밀레니얼세대, 한미 관계에서 본 카투사, ‘덜 남성 되기’ 수행 등 한국사회의 치열한 이슈를 살핀다. 저자는 운동가로서 환경과 탈 소비에 주력하고, 예술가로서는 뿌리 깊은 문화 예술적 맥락을 계승 발전하기 위해 ‘재생’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밀레니얼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고민과 상처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다. 식민지배, 남북단절, 독재, 환경 위기 등으로 맥이 끊긴 작금의 상황을 다시 이어가려는 젊은 세대의 노력에 절로 응원을 보내게 된다.
3부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모두의 자유를 위하여」는 저자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채식, 동물해방 그리고 환경 이야기다. 저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환학생 시절,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을 만난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삶의 좌표를 얻었다. 일종의 종교적 안정감을 느꼈다. 무의미한 세상에서 나름의 의미를 설정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69쪽)라고 말한다. “채식을 하는 것은 불편한 것투성이였지만 채식주의자가 되자 현대 자본주의 체제 내 여러 억압들의 교차성이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68쪽) 저자는 한국에 돌아온 뒤 운영하는 출판사 ‘두루미’에서 『비건 세상 만들기』, 『정면돌파: 할리우드에서 동물해방전선으로』를 펴냈고, 책방 ‘풀무질’에서 비거니즘 관련 강좌를 여는 등 ‘비건 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채식은 왜 해야 하는지, 과연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는 건지, 탈육식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채식에 대한 오해 및 전 지구인이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야 할 환경 이야기를 이곳에 모았다.
1부와 2부, 3부를 관통하며 저자는 경쟁주의와 집단주의에서 탈피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나만의 독립성과 정체성 그리고 모두의 자유를 위해 예술가와 운동가로 살기로 결심한다. (주)두루미를 설립해 낡고 기울어가는 공간을 재건하고 그곳에 다시 문화 예술의 맥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제 마지막 자유 앞에 섰다. 휘뚜루마뚜루 마냥 걷는 듯 보였지만, 목표를 찾았다. ‘느끼는 모두의 자유를 위해 행동하는 것.’ 채식을 하고 동물해방운동을 하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저자는 이를 실천 중이다. 보다 자유로이 살면서도 전지구적 차원에서 행동하고 나아가고 있다.
“진로 선택은 나에게 불행이냐, 불안이냐의 문제로 다가왔다.
안정된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불안을 택했다. 그게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라 믿었다.
이 책은 그 결정에 관한 성찰이자 변명이다.”
저자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안정적으로 살아왔지만 그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안정적이지만 불행한 직업 대신, 행복하지만 불안한 직업을 택했다. ‘아래부터 찬찬히 / 자 한번 엎어보자’(〈아래로부터의 혁명〉)라는 저자가 지은 노래 가사처럼,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아래서부터 천천히 오르고 있다. “무엇을 하는지는 상관없다.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 독립적이고 자유롭다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12쪽-13쪽) 도래할 미래를 상상하며 그에게 ‘희망을 품어본다’.(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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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고양이를 읽는 시간
보경, 권윤주 | 불광출판사 | 2020-06-08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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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고양이를 읽는 시간
보경, 권윤주 | 불광출판사 | 2020-06-08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2탄
스님과 길고양이의 진땀 나는 ‘여름 이야기!’
베스트셀러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의 속편이다. 산중에 사는 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을 담은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인간 대 반려동물의 관계를 일방적인 돌봄이 아니라 ‘독(獨)대 독(獨)’, 즉 존재와 존재의 대등한 만남으로 보는 스님의 특별한 시각 때문이었다. 전작이 겨울 이야기라면 이 책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이후의 여름 이야기이다. 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스님은 ‘읽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독서와 다작으로 잘 알려진 스님은 ‘읽는’ 행위야말로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행들은 ‘읽기’에 서툴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느 날 문득 다가온 ‘고양이’를 정성으로 읽으며 깊어진 스님의 사유는, 우리에게 내 안의 나 그리고 타인,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읽는 법을 조용히 안내한다.
“나는 냥이를 볼 때마다 ‘읽는다’는 마음으로 대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 읽으려면 어떤 선입견도 두지 말고 마주하는 사물을 빈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밖으로 외물(外物)을 대하는 내 마음이 고요하면 사물은 거울처럼 스스로 본질을 드러낸다. 그래서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읽히면 아는 것은 찰나 간이다. 그래서 깨달음은 직관적으로 심연에 닿는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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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클라우스 미코쉬 | 인디고 | 2019-05-16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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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클라우스 미코쉬 | 인디고 | 2019-05-16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단순하게, 느긋하게, 자유롭게”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작은 농부의 텃밭에서 배운
균형 있는 삶의 행복
은행에서 투자 상담원으로 일하던 니클라스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한 후 쉼을 얻기 위해 스페인의 작은 해변 마을 에스테포나로 향한다. 거기서 팔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작은 텃밭에서 자연주의 방식으로 채소를 가꾸며 살아온 곤잘레스 씨를 만나 날마다 밭일을 도우며 세속적인 성공만을 추구하던 자신의 삶을 처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그를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애정, 단순한 삶의 기쁨, 타인과 더불어 사는 방식에 대해 배우게 된 니클라스는 속도지향적인 삶에서 내려와 조금 느리더라도 나만의 가치 있는 삶을 정립해가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이 책은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해고’라는 인생의 시련을 견뎌내고자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작은 농부를 통해 깨우친 삶의 지혜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에세이이다. 곤잘레스 씨는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정직하게 노동하여 번 돈으로 그날 하루를 살아내며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 그의 이런 생활방식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단순한 삶을 꿈꾸면서도 도시가 주는 화려함과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해 늘 전전긍긍하며 사는 우리에게 삶의 태도와 소비 습관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금까지 삶의 모든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며 살아오진 않았는가? 그렇다면 곤잘레스 씨의 비범한 지혜를 배워 잃어버렸던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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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괜찮아, 안 죽어
김시영 | 21세기북스 | 2019-03-13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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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괜찮아, 안 죽어
김시영 | 21세기북스 | 2019-03-13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아직도 자라고 있는 시니컬한 ‘어른이’의 좌충우돌 성장 에세이
◎ 도서 소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어설픈 위로, “괜찮아, 안 죽어” &
“다 죽어,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묵직한 질문
눈에 작은 티끌이라도 들어가면 당사자는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이 괴로운 게 당연하고, 뜨거운 냄비 뚜껑에 손이라도 닿으면 손가락이 절단 날 것처럼 호들갑스러운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생과 사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동네 의원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삶과 죽음의 위태로운 경계에 놓인 이를 이 세상으로 다시 끌고 오기 위해 늘 시간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였던 저자는 어떤 환자를 만나든 ‘이 사람이 당장 죽을 것 같은가’를 먼저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동네 의원으로 터전을 옮긴 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며칠 약 먹으면 좋아질 장염 증상을 가지고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이 찾아왔고, 응급실에 가라고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도 말귀를 못 알아먹는 귀 어두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상대해야 했다.
정신없이 응급실을 뛰어다니며 축적되었던 아드레날린은 그저 집에서 좀 쉬면 좋아질 할매들의 콧물감기를 상대하기엔 너무 과한 것이었기에 저자는 언제든 진료실에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상대가 더 다가오지 못하도록 방어벽을 쌓는 수단으로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을 선택했다.
그는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물론 건강 상담을 하는 지인이나, 삶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주변인에게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로 서둘러 결론을 내려주었다. 이 말속에는 지금 당장 죽을 상황이 아니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위로의 뜻과 함께, 당신만 힘들고 아픈 게 아니며 산다는 게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으니 투정은 그만하라는 거절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나는 오늘 살아가고 있는가, 죽어가고 있는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간 인생 선배들이 전하는 깊은 울림의 메시지
완고한 저자의 생각에 균열을 일으킨 이는 동료나 선후배가 아닌 ‘동네 할매’였다. 글을 배운 적 없어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고, 귀가 어두워 남의 말도 잘 듣지 못하는 할매지만 삶을 바라보는 한 끗 차이에서 비롯된 날카로운 시선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 것이다.
결국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속에는 무한할 것 같은 나날들 중에서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하는 나와 당신의 고민이 들어있고, “다 죽어, 사람은”이라는 말속에는 유한한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들어있다.
나는 오늘 살아가고 있는가, 죽어가고 있는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간 노년의 인생 선배들이 툭하고 무심하게 전하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느 덧 그는 심장이 멈추고 의식이 사라진 환자를 원래대로 돌리는 것만이 사람 살리는 일의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우울하고허무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일상이 결국 자신을 지켜주고 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살아있으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상,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
지금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생명들에 연결된 온갖 모니터가 내지르던 삑삑거리는 불협화음 대신 마흔을 훌쩍 넘긴 큰아들이 장가도 안 가고 속을 썩여 입맛이 하나도 없다는 할매의 이야기를 듣고, ‘칠순 넘으니까 거시기가 거시기해서 응? 그 약, 그거 있잖아. 암튼 그 약을 좀 먹어 봐야 것는디’라는 할배를 만나고, 밤에 에어컨을 틀고 잤더니 아기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면서 에어컨 말고 선풍기는 틀어도 되느냐는 젊은 엄마의 걱정 가득한 질문을 받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결국 살아있으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끝없는 일상 속에서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20여 년을 전문의로 지냈지만 여전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며, 뒤늦게 어른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소심하지만 씩씩하게, 대책은 없지만 당당하게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이기 때문이다.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묵직하지만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는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의사들의 신춘문예라고 불리는 ‘제18회 한미수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출판사 서평
소심하지만 씩씩하게! 대책은 없지만 당당하게!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할매.”
“왜?”
“괜찮아, 안 죽어요.”
문득 치밀어 오른 그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말 간만에 나의 오래된 유행어가 튀어나왔다. 내 말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할매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허벅지 주무르던 것을 멈추고는 별말 없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는 진료실을 나가는 할매의 뒷모습을 보며 ‘오! 아직도 이 말이 먹히네’라는 유치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진료실을 나서려던 할매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인사를 하시려나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마주 보는데 할매가 말한다.
“다 죽어, 사람은.”
분초를 다투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학 전문의로 10년 vs.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동네 개원의로 10년. 조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페이스 북을 통해 남긴 흩어지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간헐적 단상을 모은 책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감각적인 문장 그 흔한 기승전결조차 없지만 36.5℃의 따뜻한 체온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저자 특유의 시니컬함 속에 숨은 위트와 유머러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단짠단짠 에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글처럼, 날마다 진료실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만나는 예사롭지 않은 저자의 일상을 만나보자.
◎ 책속으로
오래 살라는 인사…. 40년 조금 넘게 살아온(이 역시 짧은 시간은 결코 아니지만, 암튼…) 나에게 이 인사는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이건 사실 인사라기보다 나이를 한참이나 먹은 노인들의 소원과도 같은 기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덧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너무도 적은 그들에게, 내게는 당연한 ‘다음의 만남’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들에게 ‘오래 살라’는 인사는 거창한 소원이나 기도라기보다 그저 ‘내일 또 만나요’와 같은 평범한 진짜 인사인지도 모른다.
__「인사」 중에서
“환자한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그러지 마.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재밌게 살다 죽는 게, 먹고 싶은 거 힘들게 참으면서 오래 사는 거보다 백배는 더 좋아. 그니까 나 맥심도 마실 거고, 떡도 먹을 거야. 커피 달달하게 타서 백설기하고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지?”
__「진짜 할매」 중에서
“네. 아, 맞다! 근데 이 한여름에 감기는 왜 걸리는 겁니까? 이유가 뭐예요?” 그는 마누라 등쌀에 못 이겨 주말에 온 집안을 뒤집는 대청소에 참전했다가 거실 액자 뒤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비상금 전우를 구출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애초에 가장 궁금했고 중요했던 그 질문을 다시 던진다. 너무도 중요한 그의 질문에 나 역시 웃음기를 지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뭐, 여름에도 사람들이 감기 좀 적당히 걸려주고 그래야 저도 먹고사니까요.”
내 대답을 들은 그는 무릎을 탁 치면서 깔깔대며 웃다가 사레가 들리는 바람에 또 한참 기침을 한다.
그래, 먹고살아야지. 먹여 살려야지. 그것 말고 뭐가 더 중요하겠는가.
__「아니, 왜?」 중에서
“덕분에 술을 많이 줄였더니 돈이 굳어서요. 아직 따뜻하니까 식기 전에 드십시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토스트 한 조각. 할매들이 그랬으면 0.1초 만에 자동적으로 ‘뭐 이런 거 사오고 그래요. 담부터는 사오지 마요’라고 했을 텐데, 내 또래의 그에게는 웬일인지 그 익숙한 리액션이 나오지 않아 그저 말없이 고개만 숙인다. 물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드립을 또 치고야 말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마시던 술도 마저 끊고, 다음번엔 토스트 두 개 사다주세요.”
남자는 웃으며 알겠다고 답한다.
__「이미 괜찮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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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백영옥 | arte(아르테) | 2019-02-25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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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백영옥 | arte(아르테) | 2019-02-25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작가 백영옥이 일상 곳곳에서 수집한 치유의 밑줄들
작가 백영옥이 1년에 500권이 넘는 방대한 독서로 5년간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 중 정수를 담았다. 작가는 좋아하는 시는 반복해서 읽고, 좋아하는 작가의 습관은 본인의 생활로 만들어버릴 만큼 책을 사랑한다. 하루키 때문에 파스타와 함께 맥주를 자주 마시고, 아멜리 노통브 때문에 소설을 쓰기 전 진한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됐다.
작가는 말한다. 바라고 바라던 것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끝내 포기하지 않도록 작가 자신을 붙들었던 곳은 책이었다고. 작가는 그 자신만의 안전지대인 책 속에서 밑줄을 긋고, 그 문장을 통해 ‘너를 통과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 많은 것들과 연결된 관계 속에서 작가 자신을 비추고, 그것을 ‘사랑, 관계, 마음과 감정, 열정, 쉼, 인생’에 대한 작가만의 관점으로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문장으로 안기는 느낌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열어 보자.
다가가기에는 거절이 두렵고, 홀로 있기에는 너무 외로운 우리. 관계에 지쳐서 혼밥을 먹으면서도, 기어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좋아요’를 기다리는 마음.
책장을 넘기다 고슴도치의 빛나는 가시를 바라봤습니다. 찌르고 싶지 않아도 누군가를 찌르고야 마는 뾰족한 가시 때문에 정작 가장 아팠던 건 고슴도치 자신이 아니었을까요?
외로움을 슬픔이라 바꿔 부르고 싶던 날, 저는 이 문장을 끌어안았습니다. ‘조만간 또 만나자.’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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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기쁨 채집
유인경 | 위즈덤하우스 | 2020-01-20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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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기쁨 채집
유인경 | 위즈덤하우스 | 2020-01-20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인생의 즐거움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날마다 하나씩 기쁨을 채워가는 습관
『기쁨 채집』의 저자 유인경은 30년의 직장생활, 60년의 인생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동안 자신을 지탱해준 것이 바로 ‘소소한 기쁨을 찾는 습관’이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똑같은 기쁨인데도 새로운 빛깔로 다가와 다시 살아가는 힘을 준다고 말이다. 일상 속의 작은 기쁨일지라도 그 효력은 너무 크다. 아주 사소한 일들, 작은 물건들이 어쩌면 지루하고 답답하고 어둡기만 한 우리 일상에서 폭죽처럼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며 지친 삶의 치유제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주변의 기쁨을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기쁨 채집가’로서의 내용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언제나 소소한 일들에 기뻐할 수 있기를, 주변의 작은 기쁨들을 모아 눈부신 인생을 다시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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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김수미 | RHK | 2020-03-18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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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김수미 | RHK | 2020-03-18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말해봐, 뭔데”
욕 이만치, 위로 요만치, 김수미표 상냥한 쌍욕
“내가 정말 욕 안 하려고 했는데,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집, 학교, 회사, 식당 하다못해 잠깐 지나치는 거리에서조차 아차 하면 ‘조카’ 생각이 나고 ‘식빵’이 튀어나온다. 곱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뭣 같은 세상에서 욕먹어 마땅한 사람들에 시달리는 우리 신세! 어디다 말도 못 하고 속으로 앓다가 급성 화병부터 만성 우울증까지, 오늘도 탈탈 털린 영혼에게 김수미가 묻는다. “야, 말해봐, 뭔데?”
〈시방 상담소〉(제작: 모모콘)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연재된 오디오 방송이다. 욕쟁이 상담가 김수미가 10대부터 50대까지 일반 청취자를 대상으로 진로, 가족, 인간관계, 금전, 사랑 등 다양한 주제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한풀이’ 방송 콘셉트로 일찍이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책《김수미의 시방상담소》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이거 내 얘기인데?’ 끄덕이게 만든 사연과 고민 하나 하나에 열과 성을 다해 ‘욕 반 위로 반’ 해결 방법을 전한 김수미의 말을 더한 고민상담집이다.
살다 보면 겪게 되는 고민 키워드를 나, 일(직장), 가족, 인간관계, 돈, 사랑 6장에 걸쳐 정리하고, 방송에서 다 전하지 못한 저자의 쌍욕, 조언, 위로를 책이라는 접시 위에 새로 담아 소장 가치를 높였다. 세상 모든 못된 것들을 향한 욕 샤우팅, 정신 번쩍 드는 욕 세례, 실컷 맞고 나면 개운한 욕 찜질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희한한 것은 분명 욕인데, 먹다 보면 아랫배가 따뜻해진다는 것. 욕 한 사발에 일침과 위로를 맵지도 달지도 않게 버무린 저자의 손맛, 글맛이 일품이다.
#김수미 #김수미욕 #고민맛집 #상담맛집 #고민요리법 #인생상담 #대신욕해드립니다
김수미, 반찬 말고 고민을 요리하다
소금 이만치, 후추 요만치, 반찬 요리하던 김수미가 이젠 욕 이만치, 위로 요만치 넣어 고민을 요리한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무전무업(돈 없이는 취업도 없다)·퇴준생(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모진 세태 속, 시달리고 시들어가는 10대부터 50대를 위해 그가 고민 상담소를 열었다.
필모그래피 화려한 배우 혹은 게장 담그는 손맛 좋은 할머니 김수미가 내 고민을 들어준다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면 가만히 생각해 보라. 욕먹어 마땅한 세상에, 욕도 아까운 사람에게 나를 대신해 시원하게 한 방 먹여줄 사람으로 ‘욕황상제’ 김수미 말고 누가 있을까. 게다가 인생 경력 71년, 결혼 생활 47년 차, 배우로 재벌가 사모님부터 치매 노인까지 수십 수백 명의 인생을 살아낸 어른의 조언이라면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에 두고두고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들어줄 사람이 없어 더 앓는 지금 세대를 보고 내 평생 꼭 한 번은 고민 상담소를 열고 싶었노라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뭐든 혼자 하는 시대에도 그래, 그래, 하고 다 들어주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 그러니까. 말해봐, 뭔데?”
김수미표 ‘욕 반, 위로 반’ 고민 상담
“다이어트 하지 마. 그냥 다 처먹어. 비만으로 요단강 건너리.”, “너희 엄마, 할머니가 자격증 있어서 너 밥 해먹였냐?”, “인생을 질질질, 개처럼 끌려 다닐래? 싫으면 책 읽어, 책!” 누가 한 말인지 알려주기도 전에 읽는 순간 음성 재생되는 말이 있다. 김수미의 말이 그렇다. 모두가 고운 말, 예쁜 말 쓰느라 바쁜 때에 김수미는 할 말을 고르지 않는다. 거침없이 욕하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혼낸다. 그런 김수미의 말은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고춧가루 팍팍 넣고 볶아낸 요리처럼 정신 번쩍 드는 매운 맛이다. 게다가 중독성까지 높아 김수미의 말과 욕을 일부러 찾아 듣는 마니아도 점점 늘고 있다.
《김수미의 시방상담소》는 이런 대체불가 ‘욕쟁이 상담가’ 김수미의 말과 글을 온전하게 담아냈다. 모든 고민에 핏대 세워 응답하는 김수미 사전에 뻔한 위로나 명언은 없다. “못하겠어요” 하면 “하지 마, 관 둬!” 하고 “힘들어요” 하면 “그럼 망하세요” 한다. 하지만 윽박과 호통과 고함 뒤에는 잘 버텼다 쓰다듬고 좀 더 해보라고 등 떠미는 응원이 있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김수미의 훈계를 듣고 나면 속이 개운하다. 마치 스트레스 잔뜩 받은 날 매운 요리를 먹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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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배윤민정 | 푸른숲 | 2019-07-23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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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배윤민정 | 푸른숲 | 2019-07-23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상대와 내가 수평적인 관계로 만날 수 있는 호칭은 없는 걸까?
“‘그깟 호칭’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그저 호칭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향한다.”
가족 호칭 내에 깔린 가부장 중심의 위계와 권력,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성 차별과 억압에 대한 문제제기를
서사로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
다수가 말하는 ‘호칭’은 ‘호칭’일 뿐이라는 공허한 주장과 다르게, ‘호칭’ 안에는 오래된 사회적 관습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호칭’에 담긴 내력이나 유래, 그 ‘호칭’이 발휘하는 효과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어떠한 관계 안에서 서로를 지칭하는 호칭이 매뉴얼처럼 정해져 있을 경우 고유명사 대신 습관적으로 호칭을 부를 뿐이다. 가족이 변화하는 속도와 달리 박제되어 있는 가족 호칭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호칭은 그저 호칭일 뿐이라는 말을 되풀이 할 수 없다. 더군다나 다수가 말하는 ‘변화하지 않았으면 하는 가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바꿀 것’과 ‘바꾸지 않을 것’을 그토록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선언은 습관과 변화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세상에 낱낱이 들어내 보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적절한 호칭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절한 호칭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언젠가는 함께 그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 노명우 사회학자, 니은서점 마스터 북텐더
한국어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출판에 대한 내 감정은 ‘반가움’과 ‘고마움’, 그리고 ‘놀라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 단순하지 않은 언어의 문제를 저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아주 일상적인 삶에서 벌어지는 언어의 문제를 통해, 우리에게 언어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저자는 호칭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마주하며 정확히 호칭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깊이 따져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함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으로 거슬러올라가 그 근원을 깨닫는다. 수많은 숙고 끝에 불편함의 목소리를 내는 상대에게 무지와 무비판적 태도로 기존의 관습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관련 지식을 갖추고,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여본 후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서 판단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 아닐까.
-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언어의 줄다리기》저자
호칭에 대한 문제제기는 내가 불리고 싶은 호칭을 말하는 것을 뛰어 넘어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넓히고 사회에 더 많은 고민을 던진다. ‘나도 같은 가족 구성원으로 대우받고 싶다’는 당연한 주장이 이 책의 시작점이다. 유치하게 호칭 가지고 그러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호칭은 사회적인 위치에 대한 상징이라고. 아무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타인이 나를 부르는 ‘호칭’을 통해 알게 된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랫사람이 되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면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곧 사회를 비추는 작은 거울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의 저자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싸움은 피곤하고 쉽지 않다. 평온한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너만 조용히 하면 아무 문제없다고 건방지게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또 다른 나를 찾아내고 나와 나의 끈끈한 연결고리를 만들어간다. 내가 조용히 해도 문제는 지속될 거라는 믿음이 싸움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참고 살지 않겠다는 다짐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 책을 보고 싸움을 시작하는 더 많은 사람이 생겨나길 바란다. 존중받기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은하선《이기적 섹스》저자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페미니스트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쩌면 내 주변과 일상을 바꾸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가까이 있는 문제를 일단 외면하거나 건너뛴 채, 먼 곳을 향해서만 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삶에 뿌리내린 모순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 ‘아주버님, 도련님, 아가씨, 형님, 동서, 제수씨’ 같은 호칭 사이에서 아주 오래된 차별을 깨달은 저자는 시 가족들에게 ‘호칭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자신이 ‘윗사람’이라 믿는 남자가 ‘아랫사람’으로 여겨온 여성에게 “일상에서 시시콜콜 따지는 게 무슨 소용이야?”라며 문제를 뭉개고 미성숙하게 대처하는 광경, 문화와 진보를 말하던 사람들이 가족 내 위계질서만은 금과옥조인 양 지키려는 모습 등은 생생한 블랙 코미디처럼 쓴웃음을 짓게 한다. 여성에겐 주어지지 않았던 ‘사소한 정의’를 찾기 위한 길고도 외로운 싸움을 통해 저자는 가부장제의 자연스럽고 평온한 질서가 실은 얼마나 편협하고 우습고 하찮은 것인지 낱낱이 까발린다. 그리고 자신이 안고 있던 모순 또한 직시한다.
“나는 결혼을 통해서 내가 얻게 될 것을 생각했다. 양가에서 분배되는 재산, 신혼부부에게 주어지는 주거 혜택, ‘가족’을 이루었다는 안정감. (중략) 나만큼은 결혼한 여자들이 걸려 넘어지는 허들을 모조리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본문 23쪽)
바다를 떠다니는 한 장의 널빤지에서 작은 뗏목의 일원이 된 것 같다는 안도감을 얻으며 결혼이라는 제도를 향해 걸어 들어가던 순간의 자신을, 저자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돌아본다. 이러한 솔직함과 더불어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은 집요함이다. 가부장제가 지닌 거대한 기만에 눈감은 결과 ‘그깟 호칭’ 문제로 자신의 존재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그는 불의를 참지 않고 참을성 있게 전진한다. 물론 이 책에 ‘고부 갈등 완전 해결’이나 ‘형님-동서 기싸움’ 같은 막장 드라마 식 ‘사이다 썰’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전’과 ‘언중’ 사이 지워진 여성들의 존재와 언어를 탐구하는 그의 싸움은 “기존의 가부장적 호칭 문화를 해체하려면 또다시 가부장의 권력이 필요한 걸까?”, “왜 대등한 개인이 가족관계로 만났을 때는 권력자와 피권력자로 나누어지는 걸까?”처럼 끝없이 던져지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여성, 자신의 상처에서 눈 돌리지 않는 여성, 자신이 분노를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뜨겁게 담겨 있다. 그의 이야기가 나에게 그러했듯 다른 누군가에게도 용기가 될 거라 믿는다.
- 최지은《괜찮지 않습니다》저자
가족 구성원이 ‘아래’와 ‘위’로 나누어져 있다는 믿음,
호칭을 바꾸면 가족의 위계가 무너질 거라는 허상.
우리는 과연 평등한 개인으로 만나고 있을까?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는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 사회의 차별적인 가족 호칭을 바꾸려고 싸워온 저자의 자전적 기록이다. 시가에서 ‘아주버님’, ‘도련님’, ‘형님’ 등의 호칭을 바꿔보려 말을 꺼내자마자 저자는 곧바로 ‘가족 서열’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서로를 행복하게 부를 수 있도록 평등한 가족 호칭을 찾아보자는 제안은 ‘윗사람에 대한 아랫사람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를 통해 저자는 가족 서열과 나이 서열이 가부장제와 긴밀하게 뒤엉켜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 호칭 투쟁기를 한국여성민우회 독서 모임 회원과 공유하면서 응원을 얻고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는 생각을 지키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더는 가족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에 가족이라는 담장 밖으로 나가 가족 호칭이라는 계단을 부수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남편 형으로부터 들은 모욕적인 폭언 중 가장 가슴 아팠던 두 문장을 100개의 컵에 새기고, 컵 아래쪽에는 ‘Men Talk’라는 글자를 새긴 뒤, 그간의 호칭 투쟁 기록을 편지로 써서 100개의 컵 박스 안에 담고 광장으로 나섰다.
“2018년 3월. 광화문에서 '세계여성의날' 기념 대회가 열렸다. 전날 밤 나는 옷장을 뒤져서 결혼식 피로연 때 입었던 하얀 드레스를 찾았다. (…) 아주버님, 도련님, 아가씨…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은 여성차별적인 〈표준 언어 예절〉 가족 관계 호칭을 개정하라. (…) 지금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미투 운동인데, 내가 다른 이야기를 얘기해도 괜찮을까? '화력 '을 분산시키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너무 나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171쪽) 가족 호칭은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사소한 주제가 아닐까…. 성폭력이 아닌 다른 주제로 1인 시위를 계획하자니 신경이 쓰였다. 더 중요한 일을 해결해야 할 에너지가 흩어질까 봐. 혹은 이런 호칭 이야기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봐.”(171쪽)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공감했다. 저자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오랫동안 자신 안에 머물던 한 가지 생각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 누구도 듣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 이후 저자는 자신의 호칭 개선 투쟁기를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에 4회에 걸쳐 연재하는데, 이 글이 오마이뉴스에 노출되면서 수많은 이들로부터 질타를 받게 된다. 댓글 창에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가족 호칭 개선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호칭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을 자신이 속한 가족 집단을 해체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로 받아들였다.
이 책은 한국여성민우회에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더욱 자세한 가족 호칭 투쟁의 기록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사의 속도감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촘촘하고 세밀한 묘사는 스토리의 흡입력을 한층 강화시킨다. 이 책은 여전히 우리 내면에 깊게 박힌 가부장의 질서를 언어라는 차원에서 숙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한국의 가족 호칭이 차별적이라고 말하는 순간, 너무나
많은 사람이 평정심을 잃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국 사회의
뇌관 하나를 밟아버린 것 같았다.”(192쪽)
■ 이야기의 시작
자신을 바다에 떠다니는 한 장의 널빤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민정. 파도가 치는 대로 이리저리 휩쓸리는 외롭고 무력한 존재라 스스로를 여기던 민정이 결혼을 했다. 삶의 풍파를 함께 감당할 사람을 찾았다는 안도감, 내 삶을 나눌 이를 찾았다는 기쁨에 부풀어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폭력도 서슴없이 행했던 민정의 아버지. 아버지의 독재가 드리운 자신의 성장배경과 달리, 진보적이고 평등한 대화가 가능하리라 보인 두현의 부모님을 만나며 민정은 자신도 그들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어렴풋한 희망을 품는다. 결혼한 여자들이 으레 겪는 명절이며 제사, 출산 등의 허들은 거뜬히 넘으리라 자신만만하게 여기면서. 그렇게 민정은 두현의 식구들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인다. 민정은 그 울타리에 속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속에 각자의 계단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 계단의 가장 아래층에는 민정의 자리가 있었다.
민정은 결혼을 하고 나서야 시가 집단 안에서 무언가를 제안하거나 의견을 말하는 행위가 언제나 ‘위에서 아래’라는 방향으로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민정의 제안이 타당하건 그렇지 않건 결국 형님인 수진(형의 부인)에게 사과하게 되는 것. 이것이 한국 가족 안에서 작동하는 서열이라는 구조의 힘이다. 호칭을 바꾸자는 제안에 재현(형)과 수진이 이토록 격분한 이유는, 이 호칭이 가족 안에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구분된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위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고, 그 인식은 곧 가족의 서열 구조를 지탱하는 뼈대가 된다.
서로에 대한 괘씸함과 모멸감으로 무장한 채 마주하게 되는 이 계단. 자신은 자신의 계단에 서 있었을 뿐이라는 억울함. 이 계단에서는 누구도 평등한 개인으로 만날 수 없다. 모두가 행복한 호칭을 찾아보자는 제안마저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도발이자 도전으로 여겨지는 기이한 관계를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까.
“한 해가 시작되던 무렵 그 말을 꺼냈을 때, 시가 구성원들이 놀라고, 분노하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배우자의 형과 그의 아내, 나아가 그 아내의 부모님까지 충격을 받고 근심에 휩싸일 거라고는, 그리고 그중 몇몇은 눈물까지 흘리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 사람들을 분노와 상심으로 몰아넣은 그 말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어떤 극악무도하고 패륜적인 이야기를 했기에, 그들은 입을 모아 사과하기를 요구했을까?
“우리 모두 ‘아주버님’, ‘형님’, ‘도련님’이라는 호칭 대신 이름에 ‘님’자를 붙여서 불러보면 어떨까요?”
모든 것은 나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11쪽)
■ 시대착오적인 가족 호칭
결혼을 한 다수의 여자들이 겪는 고충 중 하나는 호칭 문제다. 입에 붙지 않는 도련님, 서방님이라는 존칭으로 상대를 지칭하다 보면 잘 잤어? 밥 먹을래? 별일 없니? 등등의 의례적인 말조차 꺼내기가 쉽지 않다. 결혼 전만 해도 누나, 동생처럼 자연스러웠던 시동생과의 관계는 결혼과 동시에 수직적인 구도로 바뀌고 마치 조선시대의 신분제 문화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가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혼 여성은 이러한 언어 관습 때문에 결혼 전만 해도 친했던 시동생과 어색해지고 거리가 멀어졌다고 토로한다.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호칭의 어원을 따져 보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손위 형수가 손아래 시남동생을 부르는 말인 도련님은 조선 시대에 하인이 양반집 아들을 부를 때 사용하던 말이다. ‘아가씨’ 역시 종이 주인집 아씨를 부를 때 쓰던 말이었다. “왜 여자들은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부를 때 왜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호칭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27쪽)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오빠나 남동생의 아내를 부르는 말인 ‘올케’의 어원 역시 역시 오라비의 계집을 뜻한다고 한다.
‘도련님’과 ‘형수님’의 경우 모두 끝에 ‘님’이 붙는다고 대등하게 볼 수는 없다. “‘형수님’이라는 호칭에는 형의 아내를 높여 이른다는 것 말고는 어떤 의미도 없는 반면, ‘도련님’에는 과거 신분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부를 때 사용했던 호칭이라는 역사적 맥락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쪽에서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쓴다면, 상대편은 ‘마님’이라는 호칭 정도는 써야 형평성에 맞지 않을까? 게다가 아내의 형제자매에 대한 호칭으로 말하자면, 남편은 그저 ‘처형’, ‘처남’, ‘처제’라고 부르면 그만이다.“(28쪽)
이런 비대칭적인 호칭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부 여성들에 의해 문제제기 되어 왔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이 문제가 급격하게 화두가 되면서 공론화되었고, 정부 차원에서도 약간의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이 책이 유의미한 이유는 오래전부터 가족호칭 개선을 외쳐온 여성들에 뒤이어, 자신이 속한 가족이라는 집단 안에서 이 일을 문제 삼고 이것을 사회적인 차원의 움직임으로 개혁을 시도한 첫 번째 사례라는 것이다.
다수의 기혼 여성들은 가족 호칭이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쉽사리 시도하지 못한다. 그들 중 일부는 호칭을 “‘책상’이나 ‘의자’ 같은 이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못 부를 것도 없다” 말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각종 경칭으로 상대방과 나의 위계를 엄격하게 따지는 한국어의 구조에서, 그것도 가족 관계의 호칭이 아무런 가치 판단도 들어 있지 않은 단어라고 생각하기란 힘들다. 사물의 명칭과는 달리,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는 관계에 대한 인식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34쪽)
■ 호칭은 관계의 출발점
그렇다면 왜 호칭이 개선되어야 할까? 결혼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름 대신 새아가, 며늘아라고 불린다. 새아가는 “며느리는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시어른이 가르치고 품어줘야 한다는 정서”(124쪽)가 담긴 뜻으로 시부모는 자신들이 새아가라고 부르는 이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려 한다. 반찬은 뭐 해먹는지, 남편은 잘 챙기는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씩 시부모에게 전화를 하는지, 집안 식구들의 생일은 언제고, 제사는 언제인지 등. 시가의 문화에 길들여지지 않은 이 여자는 어느 순간 시부모의 시선에서는 배워야 할 게 수두룩한 미숙한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언어와 사고는 그 관계가 밀접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생각이 결정되고 그 생각은 행동에 반영된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에 따르면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살고 있으며, 언어가 노출시키고 분절시킨 세계를 보고 듣고 경험한다.” 언어학자 벤자민 워프 역시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정의하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기에, 우리들은 좀처럼 이 바깥을 상상할 수가 없다. 남자들은 상상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과실을 기다리며 가부장의 질서에 복종한다. 여자들에게는 복종의 태도가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권장된다. 침묵하는 것. 순종하는 것. 이 공동체 안에서 가부장의 질서가 잘 돌아가도록 매끄러운 윤활유가 되어주는 것.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욕이든 지배욕이든 통제욕이든 마찬가지다. 권력자의 질서를 지지하는 사회에서 그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우리가 호칭을 그저 단순히 관습적인 문화라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호칭이라는 언어가 그 집단에 속한 각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고 사고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구분된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위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고, 그 인식은 곧 가족의 서열 구조를 지탱하는 뼈대가 된다. 이 수직적인 구조 안에서 아랫사람의 말은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도전’으로까지 여겨진다. 심지어 윗사람은 아랫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것을 ‘대화’가 아니라, 자신들이 ‘말을 붙여주는’ 시혜적인 행위로 인식하곤 한다.”(132쪽)
가부장 중심의 수직적인 서열구조로 만들어진 호칭은 가족 구성원 누구도 평등한 선상에서 만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민주적인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위에 있는 누군가는 권력을 누리며 아래에 있는 누군가는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유지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두현의 형재현이 어떻게 아랫사람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냐고 격분하는 것 역시,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말을 듣는 사람이라는 것, 어떠한 발언권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내포한다. 독재와도 같은 힘의 우위 아래서 우리는 결코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날 수도 대화할 수도 없다.
■ 당신은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려 문제제기한 사람에게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러면 문제제기 한 사람은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 다들 괜찮은데 나만 유별나게 구는 거 아닐까 하는 자기검열을 수없이 반복한다. 가족 호칭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족 호칭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을 유별나게 예민한 사람으로 뭉뚱그려 치부하고, 근본적으로 사회의 질서를 저해하는 불순분자로 간주한다.
“호칭이 변하면 가족이 해체된다고 주장하는 말의 이면에는 ‘윗사람-아랫사람’이라는 수직적인 질서가 아닌 관계로 타인을 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공포가 깔려 있다. 여남을 막론하고 자신과 나이가 같은 사람만을 대등한 타인, 즉 ‘친구’라는 관계로 만나온 것이 한국인의 보편적인 경험이다. 특히 가족이라는 사적인 집단에서 우리는 한 번도 대등한 타자를 만난 적이 없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족 집단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수직적인 서열로 인식한다. 이 가족 집단에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구성원들은 기존의 서열 구조에 그를 필사적으로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 구조를 벗어나서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과 관계 맺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189쪽)
저자가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출연 요청을 해왔고, 이곳에서 가족 호칭에 대한 문제제기를 언급하자 수많은 이들이 악플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들이 그렇게 손에 꼭 쥐려는 것이 무언인지 되묻는다. “고작 호칭 하나 바꾸자는 것뿐인데 사회가 통째로 흔들릴까 봐 걱정하다니, 그 ‘부계 사회’라는 관념이 얼마나 나약한 토대 위에 세워진 망상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190쪽)
가족 호칭 문제는 비단 가족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서 풀어야 할 거대한 숙제임에도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아직도 미미하다. “국립국어원은 언중에게 책임을 돌리고, 언중은 사전에 책임을 돌리고, 국가는 민간에 책임을 돌리는 동안, 여자들이 감내해왔고 여전히 감내하고 있는 모욕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167~168쪽)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여자들에게 울려 퍼지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가족 호칭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하는 국어학자들은 대화의 장에 참여해서 합의점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 문제를 판단하고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믿는다. 저자의 시가 구성원들 모두 저자가 입을 다물기를 바라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처럼.(168쪽)
■ 원하는 것은 가족의 해체가 아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시부모와 연애 시절부터 오랜 기간 알아왔고 그들에게 특별히 애정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결혼 후 시가 모임이 끝나고 난 뒤 가슴속에 남는 석연치 않은 기분을 곱씹게 되면서 결혼 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고 복잡한 호칭 관계가 만들어지고 나니, 남자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위계를 정하는 관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결혼 전 저자가 두현의 부모님을 ‘어머님’과 ‘아버님’이라고 부를 때 장유유서의 관습만을 의식했다면, ‘아주버님-제수씨’와 ‘형님-동서’ 호칭에서 느낀 것은 배우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전락했다는 감정이다. 시가 모임에서 오직 남편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경향도, 남편의 나이를 기준으로 구성원들과의 관계가 정해지는 부계 중심적인 질서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29쪽)
대체로 많은 기혼여성이 공감할 만한 이 대목은 시가 안에서 여성의 존재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과도 이어진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에게는 그저 해야 할 의무만 주어진다. “한 사람의 입을 닫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안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131쪽) 저자는 그런 불평등한 지형 위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가족 호칭을 문제 삼자 사람들은 이혼을 하거나 탈혼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족의 해체를 말하지 않는다. 가정을 유지하면서 평등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 이 책에서 가족 호칭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결국 함께 잘 살기 위한 움직임인 것이다. 우리가 이 여정에 눈 돌리지 않고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내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일상을 가꾸어가길 원한다. 동반자와의 관계를 법과 제도를 통해 보호받고 지원받길 원한다. 동시에 여자의 삶을 착취하며 유지되는 가부장제가 사라지길 원한다. 나는 사랑을 원하고, 내 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보호를 원하며, 여성 인권의 향상을 원한다. 이 모든 것이 내 욕망이고, 동시에 내가 시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삶의 권리다. 나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한 가지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우고 싶다.”(267쪽)
“‘지금 죄송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해명은 무슨 해명이냐? 꼭 너희들 뜻이 필요해? 답답하다, 진짜. 그리고 민정이는 원래 낮은 위치인데, 수진이가 존댓말까지 써왔어. 뭐가 문제였다는 거야? 동서니까 형님을 떠받들라고 했어? 자유롭게 뒀잖아. 우리가 일을 시켰어? 어휴… 그깟 호칭 때문에. 1년이나? 어휴.’ 이어지는 빈정거림 속에서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두 마디였다. “일상에서 그렇게 따져 들어가는 게 무슨 소용이야? 자격지심 아니야?
이 말이 아팠던 이유는, 아마도 살아오는 동안 이런 말이 수없이 내 안에서 되풀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살아가면서 어느 한순간은 자신에게 저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한 번 눈감고 지나가면 아무 문제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지 않았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건 아니라고 외치는 작은 목소리를 지워버리지 않았을까.”(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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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 지식과감성# | 2020-07-17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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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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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살아내는 모든 순간들 속에서 상처를 받는다.
누구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들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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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김소연 | 마음의숲 | 2019-08-12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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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김소연 | 마음의숲 | 2019-08-12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오롯이 경험을 통해 서술한 생의 단편들!
오직 경험하고 생각한 것, 직접 만나고, 보고, 겪은 것들을 쓴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경험한 것들만 쓰겠다는 다짐으로 집필한 산문집으로, 일상을 자세히, 섬세한 시선으로 적어보고자 시작했고 오직 직접 만났거나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옮겨 기록했다. 더위에 지친 할머니에게 꿀물을 타주는 것, 버려진 곰인형을 안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손수 주물러 빠는 것, 말이 서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 엄마의 노년을 지켜보는 것. 사소한 것 같지만 제법 사소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일상을 이야기하며 나와 다르지 않은 시인의 세계를, 우리가 소홀했던 삶의 단면을 만날 수 있다.
나를 오려낸 자리에는 어떤 것들이 남아 있을까
‘순정한 동물의 눈동자처럼 모든 것을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 김소연 시인의 신문집 《나를 뺀 세상의 전부》가 출간되었다.
“저는 제 자신이 텅 비어 있는 자아이기를 바라고, 제가 살아가며 만나는 접촉면들로부터 받은 영향들로 제가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항상 제가 저에게 낯선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과 타인들을 관성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거라 여기면서요.”
시인은 기존의 산문집과 다르게 경험한 것들만 쓰겠다는 다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일상을 자세히, 섬세한 시선으로 적어보고자 시작했고 오직 직접 만났거나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옮겨 기록했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는 오직 경험하고 생각한 것, 직접 만나고, 보고, 겪은 것들을 쓴 ‘몸으로 기록한 책’이다.
오롯이 경험을 통해 서술한 생의 단편들은 빨래를 개거나, 수박을 쪼개거나, 아는 길을 산책할 때 솟아난다. 더위에 지친 할머니에게 꿀물을 타주는 것, 버려진 곰인형을 안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손수 주물러 빠는 것, 말이 서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 엄마의 노년을 지켜보는 것. 사소한 것 같지만 제법 사소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일상을 이야기하며 나와 다르지 않은 시인의 세계를, 우리가 소홀했던 삶의 단면을 만날 수 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므로 완성되어간다
이 사소한 하루하루를 읽고서 누군가는 부디
자신을 둘러싼 타인과 세상을 더 멀리까지 둘러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 본문 중에서
별것 아닌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특별함이 있다. 익숙한 나머지 따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순간들에, 너무 당연해서 가끔 소중함을 잊는 관계들에, 저마다 크고 작은 추억이 깃든 사물들에, 시인이 발견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시인이 직접 겪고 사유하고 기록한 이야기들이 익숙한 것들을 자꾸만 낯설게 만들어 뒤돌아보게 한다. 시인이 만난 모든 접촉면들이 사물과 타인들로부터 촘촘히 스며들었다.
가족끼리 주고받는 선물이 ‘현금’이라는 것을 알아채고서 연필과 색연필로 세밀하게 그린 위조지폐를 선물한 열 살 된 조카. 여행지에서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나눠 마신 외국인에게 받은 순수한 환대. 외국 공항에서 처음 만난 낯선 노인을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옆자리를 지켰더니 “참말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고마움을 전한 할머니. 시를 통해 자신이 생각처럼 구질구질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 수강생.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려 할 때 “그냥 하고 싶은 거 있음 해요. 대신 엉망이 되면 옆에 있어는 줄게요”라고 말하며 잘할 것 같은 자신감이 아니라 잘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든든함을 준 선생님. 모두 시인이 만난 사람들이다.
익숙한 타인을 통해, 낯선 관계를 통해, 사람을 통해 시인이 발견하는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함께 살아가기에 완성되어간다는 시인의 이야기를,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시인의 하루하루를 직접 확인해보자.
우리는 때로 스스로에게 멀어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빛나는 경험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걸 이제는 안 믿는다.
경험이란 것은 이미 비루함과 지루함, 비범함과 지극함을 골고루 함유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경험을 기록한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가장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방법, 삶을 오해 없이 이해하는 방법이 아닐까. 시인의 하루가 새삼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소하고 소소한 일들 안에서 끊임없이 ‘따뜻한 무언가’를 찾아내기 때문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사람과 낯선 타인을 만나면서, 아는 길을 걷고 모르는 동네를 산책하면서, 무심한 사물과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면서 시인은 끊임없이 사유했고 그것들을 기록했다.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지만 저마다 다른 온도로 마음을 데우는 이야기들. 시인이 찾은 순간순간들. 유난스럽지 않고 어른인 척 무언가 가르치려 하지 않기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더욱 편안하게 다가갈 것이다.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경험을 통해 ‘몸으로 쓴’ 이야기들을 만나보자. 때론 익숙한 것을 꺼내 자세히 바라보고, 때론 멀리 떨어져 생각해보기도 하는, 시인의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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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의 마지막은 여름
안 베르 | 위즈덤하우스 | 2019-04-15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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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나의 마지막은 여름
안 베르 | 위즈덤하우스 | 2019-04-15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나는 생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요.”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존엄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에 존엄사를 합법화시키기 위해 생의 마지막을 바친 작가 안 베르. 저자는 59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완성함으로써 전 세계를 감동과 슬픔에 빠뜨렸다. 이 책에는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봄과 여름의 풍경, 사랑하는 사람들과 천천히 이별하는 마음이 덤덤하면서도 애틋하게 담겨 있다. 저자 안 베르는 이 책을 통해 세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죽음은 인생의 한 단계일 뿐이라는 것, 죽음의 방식에 관한 사회의 관습이 한 사람이 존엄성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모든 생은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것. 독자들은 생의 마지막까지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며 간절히 소원한다.
모든 사람이 생의 마지막을 자신의 선택으로 ‘완성’할 수 있기를.”
★ 프랑스를 감동과 슬픔에 빠뜨린 베스트셀러!
★ 「르몽드」, 「리베라시옹」, 「르파리지앵」, 「허핑턴포스트」가 주목한 책!
죽음을 기다리며
마지막 권리를 생각하다
한국에서 존엄사법이 부분적으로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2019년 3월 28일부터는 존엄사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고 선택하는 환자의 수는 급등하고 있는 추세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누구나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죽음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마지막은, 여름』은 프랑스에 존엄사를 합법화시키기 위해 생의 마지막을 바친 작가 안 베르의 에세이다. 저자는 2015년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 프랑스에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2일, 59세의 나이에 벨기에로 가 죽음을 선택할 자유를 실천했다. 저자가 스스로 ‘생을 완성’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감동과 슬픔에 빠뜨렸고, 이틀 뒤인 10월 4일에 이 책이 출간되었다.
“사후 에필로그를 직접 쓰고 싶다”고 이야기할 만큼 자신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은 안 베르. 이 책에는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봄과 여름의 풍경, 사랑하는 사람들과 천천히 이별하는 마음이 덤덤하면서도 애틋하게 담겨 있다.
“나는 생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요.”
저자 안 베르의 병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 일명 루게릭병이다. 점진적으로 근육을 못 쓰게 되는 신경퇴행성 질병으로, 환자는 멀쩡한 정신으로 자기 몸이 점점 말을 안 듣는 과정을 감당해야 한다. 나중에는 호흡조차 불가능해진다. 현대의 의학으로도 병의 진행 과정을 지연시킬 수 없다.
프랑스는 자유와 인권의 나라로 불리지만 존엄사는 불가능하다. 안 베르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 삶과 죽음에 관한 인간의 권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2017년 프랑스 대선 때 ‘자발적 안락사 허용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후보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대선 후보자들은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식물인간 상태로 유폐된 채 죽어가느니 내 생의 마지막을 단축하겠다는 결정은 나의 인생관과 일치하는 지각 있는 선택입니다. 나는 명철한 정신으로 그러한 선택을 했고 그로써 약간이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이 결정은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_(일간지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 중)
프랑스 정부는 2016년 2월에 존엄사와 관련한 레오네티법이 개정되어 ‘말기진정치료’가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루게릭병 환자들은 다가오는 죽음을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저자가 마지막으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안 베르가 원한 것은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권, 생의 마지막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받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했고, 언론사들도 그 행보에 주목했다.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생의 마지막을 불태웠다. 안 베르가 스스로 삶을 완성한 후, 프랑스의 존엄사법 개정안이 2018년 2월 국회에 제출되어 논의 중이다.
생의 마지막을 기어코 ‘선택’해낸 그녀의
가장 뜨거웠던 마지막, 여름
안 베르는 자신의 죽음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몸이 죽어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적어가면서도 자연의 생동감을 이야기할 때는 작은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라일락의 향기, 정원의 봄과 여름,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에만 볼 수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 공기의 냄새, 새 소리,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 등을 읽고 있으면, 저자의 곁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죽음을 기다리면서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죽음에 한 걸음씩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몸의 징후가 있을 때마다 남편, 딸, 어머니에게 사실을 알리고 덤덤히 대화를 나눈 날의 기록, 그리고 친구들과 마지막 여행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들을 읽고 있으면, 저자가 사람들과 서서히 이별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기억할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임을 알게 된다.
안 베르가 이 책을 통해 남기고자 한 메시지는 세 가지다. 죽음은 인생의 한 단계일 뿐이라는 것, 한 사람의 존엄성보다 사회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죽음의 방식이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모든 생은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것.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났을 때 우리는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죽음에 대한 물음이 도달하는 자리가 결국 삶이라는 메시지에 따스한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생의 마지막까지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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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내 멋대로 유럽 생활
김주연 | 생각의빛 | 2019-04-22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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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내 멋대로 유럽 생활
김주연 | 생각의빛 | 2019-04-22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삶이 지쳤을 때 쉼이 필요할 때 나를 돌아보는 시간
▶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찾아가게 도와주는 책
지친 자신을 들여다보며 삶의 여유를 찾게 해주는 책
대부분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아빠의 임종을 경험하게 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쉼이 필요할 때 기회가 주어져서 우리 4인 가족이 스위스에서 1년 동안 머물며 경험했던 일들, 유럽 여행하며 느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갑자기 주어진 여유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부터 고민하고 정한 후 그것을 실행하며 가족관의 관계를 위해서도 노력한 면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는 건강을 되찾게 해 주었고, 삶의 방향성을 찾아갔으며 가족 구성원의 성향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겨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읽으면 여유가 주는 미학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조금은 천천히 가더라도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책을 통해 유럽에서 인생 공부를 하며 느꼈던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앞만 보고 달려온 직장인들이 휴식이 필요함을 느낄 때 함께하면 도움이 되는 책
‘나는 나’ 누구와도 비교하지 마라.
나는 내 삶에 만족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일상에서 벗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성을 고민하고 돌아온 워킹 맘이 1년 동안 스위스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와 유럽 자유여행하면서 좌충우돌 처음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엮었습니다.
삶의 여유와 쉼이 주었던 행복감과 감사함이 그대로 드러나며 현재와 미래를 구체적으로 꿈꾸게 하는 생각들로 가득해서 희망을 안겨줍니다. 오롯이 ‘나’다운 삶을 그려보게 될 것입니다.
▶ 출판소감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싫어 한눈을 자주 팔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책 쓰기 관련 수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예창작 등 글쓰기를 전공한 사람들이나 쓰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시대가 변해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책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책 쓰기 관련 강의와 책을 통해 독학을 하면서 스위스에서 있는 동안 3권의 책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은 생각을 정리하고 내 삶도 바라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평화롭고 고요하며 천국이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소소한 것에 대한 행복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라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꼭 출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출판사의 문은 생각보다 높았고 ‘생각의 빛’ 출판사로부터 연락 받고 혼자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처음으로 내는 책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지만 글 쓰는 것에 대한 용기를 가지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생각한대로 꿈이 현실로 된다는 것을 다시 믿으며 오늘도 글쓰기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일상이 감동이고 모든 사람들의 삶이 스토리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감할 수 있고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출판사 외 가족과 지인들에게 제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함을 전합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강한 마음을 심어주시고 부족한 점이 많은 큰딸을 항상 믿어주시는 존경하는 엄마께 사랑하고 고마운 마음을 찐하게 전합니다.
▶ 본문 속으로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해야지만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많은 고민과 상황을 고려하다 보면 못하게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_12
어떠한 배움이든지 남는 것이 한 가지 이상이 있다. 배운 지식이 모두 영원히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지혜가 생기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밥값만큼 비싼 커피를 식사 후 매일 마시는 일이나 의미 없이 형식적으로 가는 술자리 모임보다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 남는 게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돈은 배움과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 생각한다._20
어디에 살든지 두려움보다는 알아감에 재미를 느끼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힘듦이 조금은 덜어진다. 언어는 다르지만 살아가는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긍정의 감정과 정서로 살아가면 생각지도 않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어려운 법이지 지나고 나면 쉽게 느껴지므로 현재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_41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자신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무엇을 할 때 안정감이 생기는지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뼛속까지 느꼈다. 인생에 있어 이런 시간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필요하다. 별들로 수놓은 밤하늘은 잊지 못할 것이고 그리워질 것이다. 주어진 자연에 고마워하고, 감사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별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_84
전혀 눈치 보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좁은 사고와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에서는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남의 험담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온전히 내 삶에 집중하고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 봄 햇볕이 따뜻하니 생각도 따뜻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았다._167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 내 삶도 풍요로워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진정성 있는 마음이 전해지면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이 줄어든다. 외국 친구 사귀기 목표 달성을 통해 뿌듯했고 앞으로도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꿔본다._181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고 반복되는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뭔가 나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며 살아가려 한다. 아이들에게도 자주 하는 이야기가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면서 몸소 깨달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새로운 발견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정해진 길이 없다.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면 최고의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_220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전혀 알지 못했던 글쓰기 세상을 접하고 나서는 지속적인 글쓰기 작업이 마음의 안정과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느껴 새벽에 일어나 꾸준히 쓰고 있다. 새로운 꿈이 보이니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왔다._227
지난 시간은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도록 윤활제 역할을 해준 시간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사실로만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그런 삶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나눠주고 싶은 이들에게 최대한 나눠주며 도움을 주고 살고 싶다. 기계도 고장 날 때쯤 되면 손을 봐줘야 하듯이 사람도 지쳤을 때는 쉼과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_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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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율리아네 쾨프케 | 흐름출판 | 2019-11-07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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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율리아네 쾨프케 | 흐름출판 | 2019-11-07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 『슈피겔』 선정 10대 베스트셀러
★★★★★ 영화계의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다큐멘터리 제작
★★★★★ 〈왕좌의 게임〉 주연 소피 터너 영화 제작 확정!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은 한 소녀의 영화 같은 생존 실화!
197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92명의 승객이 탑승한 비행기가 페루 밀림에 추락했다. 엄마를 비롯한 승객 모두가 사망했지만, 열일곱 살 소녀 율리아네 쾨프케는 3000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후 11일간의 사투 끝에 홀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가 떨어졌던 팡구아나 밀림은 율리아네가 일생을 걸고 지켜야 할 삶의 목적이 된다.
밀림에 추락한 비행기, 단 한 명의 생존자!
죽음을 이겨낸 소녀가 밀림의 수호자가 되기까지
“밀림 속에서 길을 잃으면 흐르는 물을 찾아서 따라가야 해.
그러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 거야.”
아빠의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197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92명의 승객이 탑승한 비행기가 페루 밀림에 추락했다. 저자의 엄마를 비롯한 승객 모두가 사망했지만, 열일곱 살 소녀 율리아네 쾨프케는 3000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후 11일간의 사투 끝에 홀로 살아남았다.
율리아네와 엄마가 탄 비행기는 리마에서 푸카이파로 가다가 무시무시한 폭풍우를 만났고, 번개를 맞은 비행기는 페루 다우림 위 3000미터 상공에서 추락했다. 그리고 92명의 승객 중 단 한 명 율리아네만이 다우림에 떨어져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다. 엄마도 다른 승객 누구도 대답 없는 깊은 밀림 속에서, 쇄골이 부러지고 다리에 찢어진 상처를 입은 채 깨어난 율리아네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치른다. 생물학자인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 밀림 생활을 한 덕에 율리아네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체득하고 있었고, 그렇게 11일간 죽을힘을 다해 이동한 끝에 발견한 오두막에서 세 명의 나무꾼을 만나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동물의 사체가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왕대머리수리, 한번 화가 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안경카이만 악어, 수많은 나비와 벌레들, 그리고 몸에 난 상처에 생긴 구더기까지, 율리아네는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살아남게 도와준 밀림의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엄마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 기억은
예고도 없이 비행기 안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꿈속에서
나를 덮친다. 엄마의 목소리가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다 끝이구나.”
하지만 율리아네에게 생존은 기쁘기만 한 일이 될 수 없었다. 엄마를 비롯한 모두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것은 죽은 자들에 대한 부채감과 고통으로 율리아네를 옥죄었다. 평생의 반려자를 잃은 채 절망에 빠진 아빠와는 서먹해졌고, 왜 밀림 전문가인 엄마 대신 자신이 살아남았는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야 했다. 또한 가족을 잃은 다른 유족들의 원망 섞인 눈초리와, 다른 부상자들을 챙기지 않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루머 속에서 스스로를 단단히 일으켜 세워야 했다. 게다가 하루아침에 원치 않는 유명세를 얻으며 스토커처럼 일거수일투족을 담으려 하는 언론에 대한 염증까지 겪어내야 했다.
비행기 추락사고 후 생존자로 발견되었을 때는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중은 그를 두고 무성한 뒷말을 만들어 내거나 가십으로 소비했고, 각종 언론에서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그를 인터뷰해 하지도 않은 이상한 말들을 기사로 내보냈다. 영화 속에서 율리아네 역할을 한 여배우와 혼동해 누드 사진을 찍었다느니,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느니 하는 루머에도 끊임없이 시달렸다.
내가 40년 만에 이 책을 쓸 수 있게 된 건
베르너 헤어조크와의 작업 덕분에 얻은 용기와
내 이야기를 가감 없이 쓸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이제야 찾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1년에 독일과 미국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다. 1971년 비행기 사고가 일어난 지 꼭 40년 만이다. 그동안 수많은 곳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지만, 율리아네 쾨프케는 거절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지를 잘 알았고, 주세페 스코테제 감독이 만든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대변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았기에 대중에 소개되는 그 어떤 형태의 출판물도 만들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독일의 거장 영화감독 베르네 헤어조크를 만나 그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희망의 날개〉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면서, 율리아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나는 오늘 쉰여섯이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기 좋은 나이다. 치유되지 않은 해묵은 상처에 맞서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생생하기만 한 기억을 사람들과 나누기에 좋은 시기다.”(19쪽)
율리아네의 생환은 사고 당시로서나 현재에도 일어나기 힘든 기적 같은 일이었기에, 대중은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슈피겔』 선정 10대 베스트셀러에도 선정되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출간 후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분야 베스트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 유명한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소피 터너가 일찌감치 영화화 판권을 사들여 조만간 영화로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뭔가를 이루겠다고 정말로 굳게 결심하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어.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돼, 율리아네.”
그때 이 말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 율리아네 쾨프케는 생물학자였던 부모님을 이어 동물학자로 활동하며, 자신이 떨어졌던 밀림의 일부이자, 정신적 고향인 팡구아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 그곳은 결코 ‘녹색 지옥’이 아니었다. 3000미터 상공에서 아래로 떨어졌을 때 내 목숨을 구한 것도 바로 숲이었다. 낙하하는 나를 받쳐준 나뭇가지와 나뭇잎, 덤불이 없었다면 나는 땅에 떨어지는 순간의 충격을 못 이기고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였다면, 나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몇 년간 ‘정글’을 체험한 것이 내게 큰 행운이었던 셈이다.”(20쪽)
죽음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율리아네 쾨프케의 11일간의 여정과 그 이후의 삶은, 의지와 노력이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 이 책에 대해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남긴 서평처럼 “율리아네 쾨프케의 전설적이고 기적 같은 생존 스토리는 용기와 투지, 역경을 이겨낸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생생하게 알려준다.” 이 책은 생환 후 전 세계적으로 희망과 의지의 아이콘이 되어 사랑받았지만, 엄마를 잃은 슬픔과 홀로 살아남았다는 자책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한 여성의 성장기이자,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 페루 밀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한 동물학자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나를 지키며 살아갈 방법을 걱정하는 어른과 무엇을 꿈꿔야 하는지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가슴 뜨거운 경험을 안겨줄 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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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윤용인 | 위즈덤하우스 | 2019-02-01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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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윤용인 | 위즈덤하우스 | 2019-02-01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재기발랄하고 공감력 높은 문장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이자 치유 프로그램 전문 회사 「노매드 힐링」의 대표인 윤용인의 신작. 나이가 들면서 더 오래 시선이 머물게 되는 문장을 통해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고찰하고 있다. 이십 대 못지않게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잘 다루고 더 팔팔한 정치사회적 지능과 활동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무는 세대로 분류되는 이 시대의 희한한 어른들을 위한 공감적 사유물을 만들고 싶었다던 작가는 지나온 50년에 대한 회한보다 앞으로의 50년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아하게 나이 드는’ 여정에 함께하기 좋은 친구로 책과 문장을 넌지시 건네고 있다.
어른의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고립과 혼돈, 기대와 희망 사이에서 길어 올린 치유의 문장들
재기발랄하고 공감력 높은 문장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이자 치유 프로그램 전문 회사 「노매드 힐링」의 대표인 윤용인의 신작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남편의 본심』, 『사장의 본심』,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등을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활 심리의 관점에서 풀어내온 윤용인 작가는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에서 나이가 들면서 더 오래 시선이 머물게 되는 문장을 통해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고찰하고 있다.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은 「노안 이후 비로소 보이는 문장」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아온 글들을 새롭게 손질하고, 여러 편을 추가로 집필하여 펴낸 책이다. 이십 대 못지않게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잘 다루고 더 팔팔한 정치사회적 지능과 활동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무는 세대로 분류되는 이 시대의 희한한 어른들을 위한 공감적 사유물을 만들고 싶었다던 작가는 지나온 50년에 대한 회한보다 앞으로의 50년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아하게 나이 드는’ 여정에 함께하기 좋은 친구로 책과 문장을 넌지시 건네고 있다.
태도, 관계, 시선 그리고 희망…
우아한 나이 듦을 위한 반전과 설렘의 기록들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은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총 네 가지 키워드로 고찰하고 있다. 「1장 태도_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에서는 당당하기보다는 shy하고, 순하고 고요하게 자신의 공간을 줄여가면서도, 사람에 대해 시대에 대해 늘 그때그때 아파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2장 관계_ ‘왜’에서 ‘어떻게’로」에서는 ‘왜’ 그랬는지 이유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그럴 수밖에 없었으며,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지 과정을 돌아보고자 노력한다. 「3장 시선_ 예민하고 사소하게」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거대한 철학이나 이념보다 개인들의 사소한 사정을 더 중히 여기고 예민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4장 희망_내일 일은 몰라도 뚜벅뚜벅」에서는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삶의 반전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 같은데 인생의 어느 순간, 고립과 혼돈에 빠져버린 우리들. 그럼에도 여전히 펄떡이는 심장으로 앞으로의 날들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하는 당신과 나에게 『내일 일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은 설렘과 위로,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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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정재희 | 믹스커피 | 2019-05-31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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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정재희 | 믹스커피 | 2019-05-31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한 여자가 들려주는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기록
그림 없이는 살 수 없다던 소녀가 성인이 되어 한 남자를 만났다. 그녀가 미술로 먹고살 길을 찾아 방황하던 그때 만나게 된 그와의 이야기. 이 책에는 아주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한 커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그 사람이 낯설어 다가가지 못했지만 어느덧 그 사람을 제대로 볼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만났고, 연애를 했다. 연애를 하다 보니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위로되는 사람이었고, 어느새 항상 거기 있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작가의 동화 같은 수채화 그림과 함께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이 서툰 당신에게 들려주는
솔직담백한 그의 사랑법!
그들의 연애는 평범했다. 거친 삼각관계 속에서 정열적인 사랑이 피어나거나, 어린 친구들처럼 풋풋하고 가슴 설레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따뜻한 마음과 잔잔한 행복이 다가왔다. 작가는 그 남자가 솔직하고 표현력이 좋아 감개무량했고,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며 행복해했다.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남자 나이 서른일곱. 하지만 그는 그녀를 “예쁘다”, “귀엽다”며 칭찬해주었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으며, 늘 집까지 바래다주고 기념일을 챙기며 배려해주었다. 작가는 ‘그’라는 사람을 만나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의 모양은 한결같았고 색깔은 자유로웠다.
“넌 그거 모를 거야.
내가 널 데리러 갈 때 어떤 마음인지.”
그가 풍긴 불안은 비교하지도, 지치지도,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불안이었다.
아, 웃을 수도 있구나.
옅은 분홍색이 입가로 퍼져나갔고
핸드폰을 귀에 바짝 대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 불안, 또 듣고 싶었다.
_ 본문 중에서
그림을 그리고 미술 심리를 공부하는 작가는 그와의 만남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한다. 그는 그녀에게서 노랑을 보았고, 그녀는 그의 불안에서 분홍빛을 보았다. 여느 연인처럼 별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며 싸울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들 속에서 서로를 인정해주고 따스한 온기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 특별할 것이 없어서 평범하지만 오히려 특별한 이유가 없어 좋은 날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서로에게 번져가는 그들의 색이 우리에게도 물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생각을 바꾸니 그 사람이 보였다. 내면을 바라보니 그 사람이 다가왔다. 나를 만나서 좋아하는 모습, 마주보며 부끄러워하는 모습, 묻지도 않은 말을 알아서 이야기하는 솔직한 모습, 세심하진 않지만 챙겨주는 모습, 꾸밈없는 말과 꾸밈없는 눈빛까지, 모두 다. 만나보니 느껴졌다. 그를 바라보는 건 먼지 쌓인 거울을 닦아낸 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야 진정으로 그 사람을 볼 준비가 되었다. _46~47쪽
우리는 둘 다 처음으로 기념일이란 것을 챙겼나 보다. 밤 12시 2분. 그 사람이 챙겨준 날짜 위에 있었다. 창밖은 불투명해도 그는 선명했다. 그가 마련하고 내가 고른 케이크를 먹었다. 케이크보다 그의 진실된 마음이 더 달았다. 남자 나이 서른일곱, 이러기 쉽지 않다. 사람의 진심은 바라지 않아도 전하는 마음에서 번져온다. 바라지 않아도 해주고 싶은 그 마음에서. _99쪽
“결혼할 건가?” “네.” 이번에도 주저 없이 바로 대답하는 그. 나만 빼고 모두가 결혼이란 보이지 않는 출발선을 넘어버렸다. 실은 만나기 전 부모님에게 결혼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고 부탁해두었다. 하지만 아빠의 입에서 금기의 단어는 튀어나왔고, 옆에 있던 엄마는 시치미를 뚝 뗐다. 나 혼자만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해봐야 소용없는 대화 속에서 나는 묵묵히 같은 웃음을 띠고 섞일 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은 자리가 뜻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결혼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나는 성큼성큼 다가와 드리운 그물에 덜컥 걸려든 물고기가 된 것 같았다. 파닥파닥. _165쪽
어렵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 아웅다웅하다 일이 커져버렸다. 겨우 수세미 통 하나 어디에 놓느냐를 두고 싸우다니. 시간이 흘러 화가 풀린 그는 내게 다가와 안아주며 말했다. “이제 그만 싸우자.” 나는 앞으로 싸울 일이 많을 걸 알기에 말했다. “어차피 싸울 거야.” 그가 대답했다. “그럼, 잘 싸우자.” _208쪽
비밀번호를 누르던 손으로 처음 벨을 눌렀다. 그가 문을 열어주었다. “홀딱 젖었네!” 안쓰럽게 바라보며 내가 들고 있던 짐들을 하나씩 건네받았다. 젖었으니 샤워하라고 말하는 그. 옷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데 나를 안아주었다. “추워? 더워?” 추위를 무척 잘 타는 내가 비에 젖어 추울까 봐 안아준 것인 듯했다. 온기가 번져왔다. 춥지 않다는 말에 그의 몸과 내 몸이 분리되었지만, 온기는 번진 그대로 남아 있었다. _246~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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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선명 | 21세기북스 | 2019-01-30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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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선명 | 21세기북스 | 2019-01-30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주지스님이 된 엄마와 스님이 된 딸이 전하는
마음 고요한 산사 일기
엄마와 딸이었던 두 사람이 주지스님과 스님이라는 쉽지 않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수행을 이어나가는 잔잔한 일상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이제는 엄마와 딸이라는 인연이 아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스승과 제자 사이이지만, 둘이 함께 있을 때면 여느 모녀처럼 투닥거리며 절에서의 또 다른 삶을 이어간다. 여기에 저마다의 사연과 개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작은 절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적막하기만 할 것 같은 사찰의 풍경을 활기차게 보여준다. 스님들을 고양이로 캐릭터화하여 그려넣은 따뜻한 일러스트들이 장마다 펼쳐지며 독자들을 잠시 벚꽃 내리는 절 마당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이 책은 어느 한 스님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세상 모든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쑥스러워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마음속으로 다음 생에는 당신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 다짐하는 스님의 이야기는 엄마가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전해줄 것이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사람,
그러면서 늘 미안해하는 사람, 엄마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있고,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완벽하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엄마’라는 존재가 되면 자식에 대하여 모두 같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 나의 엄마와 너의 엄마는 분명 다른 사람인데, 우리는 왜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모두 나의 이야기인 듯 격한 공감을 하게 되는 걸까?
내가 밥을 먹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걱정하는 사람, 울적한 날이면 귀신같이 내 기분을 알아채는 사람, 나의 사소한 감기가 당신의 오랜 관절염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 한없는 사랑을 주면서도 늘 미안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과연 엄마 말고 또 있을까?
어미젖을 찾는 아기 양처럼, 오직 살고자 하는 의지로
엄마와 나는 스님이 되었습니다
주지스님과 내게는 두 번의 인연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세상에 날 때 엄마와 딸로 만난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출가를 결심하고 절에 들어왔을 때
스님과 스님으로 만난 것이지요.
이 책은 엄마와 딸이었던 두 사람이 주지스님과 스님이라는 쉽지 않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수행을 이어나가는 잔잔한 일상을 담고 있다. 스님들의 일상은 특별할 것 같고, 더욱이 스님이 된 딸과 스님이 된 엄마의 이야기는 절절할 것만 같지만, 어쩐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의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잔소리를 듣고 말대꾸를 하다 혼이 나고, 사소한 일상의 일들로 때로는 투닥거리며 다투기도 하지만, 돌아서면 언제 말다툼을 했냐는 듯 내 밥 걱정을 해주는 사람.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는 엄마가 있다. 스님에게도, 주지스님에게도 엄마가 있다. 다만 이들에게는 엄마와 딸이라는 천륜을 넘어서서 깨달음을 추구해야 한다는 큰 과제가 주어져 있을 뿐.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선명스님이 이야기하는 엄마는 우리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작은 절에 모여 살며 빚어내는 70여 편의 아기자기한 에세이
흔히 절 생활이라 하면 비질하는 스님의 모습 뒤로 바람 따라 풍경 소리가 청명하게 울려퍼지는 고요한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선명스님이 그리는 절에서의 모습은 아주 역동적이고 활기차다. 잡초 뽑기가 싫어 꾀를 부리다 결국 혼이 나는 스님, 아이들에게 “우리 강아지” 대신 “헤이, 메뚜기! 헤이, 지렁이!” 하고 부르는 헝가리 스님, 절의 진짜 주인인 고양이 가족 이야기 등 이 책 속에 등장하는 70여 편의 아기자기한 글들을 읽다 보면 삶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똑같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깊숙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여기에 스님들을 고양이로 캐릭터화하여 그려넣은 따뜻한 일러스트들이 장마다 펼쳐지며 독자들을 잠시 벚꽃 내리는 절 마당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세상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스님의 마음 편지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의 이름은 엄마와 아들, 혹은 아빠와 딸이라는 이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엄마에게 있어 딸은 자식이면서 동시에 남편보다도 훨씬 더 강한 유대감을 공유하는 인생의 동지다. 살을 떼어주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둔 어머니가 출가를 결심하기까지 어떤 삶을 견뎌냈을지, 또한 그런 자신을 뒤따라 함께 스님이 된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느 한 스님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세상 모든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쑥스러워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마음속으로 다음 생에는 당신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 다짐하는 스님의 이야기는 엄마가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전해줄 것이다.
◎ 책 속으로
어릴 적에 엄마가 나를 붙잡고 울던 모습이 이따금씩 떠오릅니다. 아마 이혼 후에 사기를 당하고, 홀로 세상살이를 버티고 버티다 고통이 목까지 차올라 서러움이 터져 나오던 날이었겠지요. “내가 너 때문에 죽을 수도 없다. 왜 나를 죽지도 못하게 하니…….” 울면서 어린 나를 때리던 엄마. 때린다고 때리는데 너무나 힘이 없어 마치 버들가지가 스치는 것처럼 느껴졌던, 한없이 작았던 엄마……. 엄마는 아침에 눈뜨는 것이 가장 두렵다 했었지요. 어린 오빠와 나를 두고 차마 죽을 수가 없어서 버티고 살던 그때 엄마의 나이를 생각해보니 지금 내 나이쯤이었습니다.
_ 17-18쪽, 〈산〉 중에서
명절 무렵이면 절에 선물이 많이 들어옵니다. 대개는 과일, 한과, 차와 같은 선물들입니다. 그런데 속가에 계신 아버지는 명절 때마다 생선을 보내십니다. 여러 해가 바뀌어도 한결같이 생선을 보내주시기에 한번은 전화로 말씀드렸습니다. “스님은 생선 안 먹습니다.” 그랬더니 “알아” 하고 전화를 뚝 끊으십니다. ‘아, 아버지도 알고 계시지…….’ 그래서 보내신 거였습니다. 아버지는 그것이 마음에 걸리셨나 봅니다. 아버지에게 나는 스님이기 전에 자식인 것이지요.
_ 28-29쪽, 〈생선〉 중에서
주지스님과 모처럼 단둘이 있을 때는 여느 모녀들처럼 엄청나게 싸우고 부딪칩니다. 특히 장거리를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화가 늘 아름다울 수만은 없습니다. 두세 시간을 아주 격렬하게 티격태격, 내 말이 맞네 틀리네…… 그리 싸우다 보면, 도착하기만 해봐라, 주지스님하고 말 안 해야지, 속 터지게 입 꾹 다물고 있어야지, 하고 수십 번은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면 그 격렬했던 싸움은 어디로 간 것인지……. “배고파요.” “그렇지? 우리 밥부터 먹자.” 주지스님과 나는 또 마주 앉아 식사를 합니다. 배가 부르고 나면 마음이 넉넉해져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일상의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_ 41-42쪽, 〈밥부터 먹자〉 중에서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늘 혼자 울었습니다. 엄마는 엄마 혼자, 나는 나 혼자. 그리고 둘이 함께 있을 때는 웃었습니다. 엄마는 어린 딸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웃었고, 나는 그런 엄마가 행여라도 잘못될까 봐 웃어 보였습니다. 그때 차라리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더라면 덜 외로웠을 것을.
_ 44쪽, 〈안간힘 쓰지 않아도 괜찮은 여유〉 중에서
우리 절에는 고양이들이 많습니다. 고양이 엄마 아빠가 새끼를 낳았고 아기 고양이들이 자라서 또 새끼를 낳았습니다. 우리가 오기 한참 전부터 고양이 가족들은 이곳에 살고 있었으니 어쩌면 이곳의 진짜 주인은 고양이 가족들일지 모릅니다. 절의 사람들과 절의 고양이들은 그래서 곁눈질로 서로의 동태를 파악하며 나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풀을 뽑는데 고양이들이 응가를 하던 자리에 풀꽃이 피어 있는 걸 보았습니다. 노란 꽃, 보라 꽃... 색깔도 모양도 가지가지의 꽃들이 피었습니다. 무얼 먹은 걸까요, 고양이들은.
_ 54-55쪽, 〈고양이 가족〉 중에서
주지스님은 모든 것이 반듯해야 합니다. 옷을 위아래 깔끔하게 맞춰 입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밥상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반듯하게 놓여야 하고, 반찬을 놓을 때도 식재료의 색깔을 고려해 좌우대칭을 이루도록 보기 좋게 놓아야 합니다. 절 마당에 있는 작은 바위들이 멋대로 놓인 것이 못마땅해서 돌 머리를 낑낑거리며 끌어다 반듯하게 놓은 적도 있습니다. 봄에 농사를 지을 때도 모종들이 줄이 삐뚤게 심겨 있으면 다시 다 뽑아서 줄을 맞춰 반듯하게 심어야 합니다. 하루는 밭에 들어가 마치 거실 바닥 청소하듯 밭고랑 사이를 빗자루로 유유히 쓸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은 적도 있습니다.
_ 78-79쪽, 〈잔소리〉 중에서
그렇게 흙을 만지고 있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왠지 모를 위안까지 느껴집니다. 흙이 나보다 훨씬 더 너그럽기 때문이겠지요. 크기도 나보다 크고, 지닌 성질도 나보다 선하고, 생명을 키워내는 힘도 나보다 어머어마하게 강하니 흙에게 위로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들이 자연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건 조용하고 너그럽고 거대한 기운, 사람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기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_ 90쪽, 〈잡초 뽑기〉 중에서
잘 참지 못하고 견디지 못하는 인연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견뎌내야 합니다. 이겨내야 합니다. 참아야 합니다.” 수없이 참고 견디는 일을 반복하는 분께는 이렇게 말합니다. “충분합니다.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그만 참으세요.” 쥐고 있는 이에게는 놓는 것이 수행이고, 놓기만 하는 이에게는 쥐어보는 것이 수행입니다. 견디지 못하는 이에게는 견디는 것이 수행이고, 참는 것이 익숙한 이에게는 그만 멈추는 것 또한 수행입니다.
_ 137쪽, 〈수행〉 중에서
주변이 온통 바위로만 이루어진 곳에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생각해보세요. 꽃의 입장에서 보면 그 상황이 참 외로울 겁니다. 거칠고 어둡고 메마른 곳에 홀로 꽃을 피웠으니 참 서글프겠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그 꽃은 도대체 얼마나 귀하기에,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이기에 그리 척박한 곳에서 홀로 꽃으로 피어난 것일까요. 자신이 아팠다고, 지금 몸이 건강하지 않다고 두렵고 서럽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내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강하기에 그런 모진 아픔을 이겨내고도 이리 살아 있는가. 나는 정말 소중한 존재구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세요.
_ 138-139쪽, 〈바위산의 꽃 한 송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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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 |
[에세이/산문]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센레 비지 | 애플북스 | 2019-06-14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1630 |
[에세이/산문]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센레 비지 | 애플북스 | 2019-06-14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난생처음, 단독주택에 살게 되었습니다~!
센레와 비지 부부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리얼 라이프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3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네이버’ ‘다음’에서 조회수 100만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웹툰 〈단독주택에서 살아 보니〉가 드디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던 저자는 결혼 후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지만,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지극히 사적이면서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생생하게 전달한다. 도심 속 단독주택에 살며 경험한 로망의 다락방 만들기, 사랑스러운 고양이와의 만남, 녹즙 도난(?) 사건 등 재미난 에피소드는 물론 리모델링, 주택 관리, 벌레 퇴치, 한겨울 나기 등 주택 생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정보까지 가득 담겨 있다. 단독주택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다양한 정보와 도움을, 이미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에겐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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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 메이트북스 | 2020-07-17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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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 메이트북스 | 2020-07-17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8-25)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아름다운 그림과 글로 집 이야기를 담아내다!
추억이 깃든 세상의 집들을 9년 동안 나무에 그려온 ‘집 그리는 화가’ 지유라 작가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그림 에세이다. 그간 집 여행을 하면서 그려온 한국의 집과 외국의 집들을 엄선하고, 여기에 감각적인 글을 새롭게 더했다. 작가에게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다. 그래서 작품에 따듯한 마음을 담고 싶어 한다. 빠르게만 변했던 세상, 쫓기듯 살아온 이들에게 집을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준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은 추억이 담긴 집, 여행길에서 만난 집, 친구의 집, 그리고 상상의 집이다. 종이나 캔버스가 아니라 소박하고 정겹게 나무 위에 그린 낡지만 아름다운 집들이 담백한 글과 어우러져 집과 그 주인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색 바랜 추억의 집들이 글과 어우러져 아련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작가는 작품의 배경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세계 25여 개국을 여행하며 외국의 ‘집’을 그리기도 했다. 노란색의 마법이 펼쳐지는 리스본의 집, 붉은 지붕에 하얀 창문이 날리던 이태리 작은 마을의 집, 푸른 눈의 소녀를 만날 것 같은 산토리니의 집, 세월을 쌓은 니스의 파란 지붕 벽돌집 등. 하지만 작가의 마음을 더욱 끄는 곳은 서울 정릉, 속초 아바이마을, 목포 보리마당, 부산 비석마을 등 우리나라 각지에 있는 오래된 집들이다. 낡은 그 집들에는 삶의 생생한 흔적들이 가득하다. 나무토막에 그린 집들은 너무나 작지만 그 안에는 인생의 엄청난 서사가 담겨 있다. 세월에 풍파에 더 딴딴해진 빨간 벽돌, 시간의 흔적 가득한 얼룩진 담벼락,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빨간 우체통…. 지유라 작가는 녹슬고 바랬지만 세월에 변함없이 서 있는 집을 통해 우리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집은 돌아갈 곳이고 돌아갈 가족이고 그리움이다!
집 그림을 그리며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작가는 독자들 또한 집 그림을 보며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길 희망한다. 그간 그린 집에는 추억 속 행복한 ‘나’가 있다. 집에서 미술학원까지 가는 길, 그 길 위에 있던 집, 빨간 돼지 저금통이 매달린 문방구, 하얀 수증기를 뿜어내던 만둣집, 소보루빵 굽는 냄새가 나던 제과점, 뿅뿅뿅 요란하던 오락실…. 하나하나 그림으로 꺼내지는 추억의 집 속에 행복한 ‘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나무 집 그림은 행복이라는 감정과 닿아 있다. 나무는 휘거나 말리기도 하고 나이 먹듯 색도 변한다. 그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집과 닮았다. 누군가의 추억이 담겼을 집은 저자의 이야기가 되어 다시 나무 위에 그려진다. 나무 조각 집이 한 채 한 채 모여 마을이 되었다. 이제 그 집들은 작가 혼자만의 추억이 아닌 모두가 들를 수 있는 현실이 집이 되어간다. 그 마을로의 추억 여행이 독자들에게 행복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작가는 집을 떠나 강원랜드 홍보팀에서 12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어릴 적 꿈인 화가가 되기 위해 사표를 던지고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다. 2013년 첫 개인전 ‘첫 번째 집들이’ 이후 집을 소재로 삼아 현재까지도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집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가구를 만들러 갔는데 잘라진 나무 조각이 집 모양이었고, 거기다가 뭔가 그리고 싶었는데 어릴 적 자주 가던 문방구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 이후로 작가는 추억을 헤매며 찾아낸 기억 속의 오래된 집들과 가겟방을 나무토막에 그리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강원도 삼척 추추파크 나한정역 갤러리에 상설 전시되어 있어 그곳에 방문하면 언제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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