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역사와 유물을 기억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문화재의 제작 기법을 배우고 조형미를 배우고 어느 시대 작품인지를 외우지만 그 사람들은 이보다는 그 유물이나 유적에 담긴 스토리를 배우고 그것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가 나치 독일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곳, 피카소가 즐겨 찾던 식당의 즐겨 앉던 자리,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이 초연된 곳 등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스토리를 알게 되면 그 문화재를 통해 역사와 내가 연결됩니다.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항복 조인식 현장에 내가 있는 것 같고, 피카소가 앉던 자리에 앉아서 그가 느꼈을 심상을 생각해보게 되는 겁니다. 자연스레 그렇게 됩니다. 과거 역사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고 역사가 깨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공부를 하고 특징을 외우는 식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은 역사와 나의 연계성을 일깨워주지 못합니다. 지식 한 조각을 머릿속 저장 장치에 넣는 것에 불과하며 유물을 그저 피상적인 구경거리로만 대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결국 보존이냐 철거냐 하는 문제가 터져 나와 그것이 당장 내 경제적 이익과 상충할 때는 별 고민 없이 이익을 택하게 만드는 겁니다. 최소한 그 유물이나 유적이 얼마나 험난한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서 우리에게 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아마 결정이 쉽진 않게 될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워낙 문화예술 분야에 도통했던 선조들이 많았던지라 왕조가 망하고 수도가 불타는 경우를 수없이 당했어도 그래도 지금 우리 곁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고급진 문화재'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게 몇 세기 작품이다 우리도 이제 이런 거 그만하고 문화와 유물들에 스토리를 넣을 때가 되었다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지금의 내가 별개가 아니라는 것, 지금 이 순간도 역사라는 것, 실물뿐만 아니라 거기 담긴 스토리까지가 역사라는 것, 그렇게 역사를 온전히 해서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을 같이 느껴봤으면 합니다.
* 전 내일 신문 기자
전 미디어 오늘 기자
* 전 대통령 비서실 홍보 수석실 행정관
* 현재 프리랜서 작가
* 다음 스토리펀딩, 스토리에 담은 우리 유물, 우리 사람 등 4편 연재
1부. 스토리에 담은 우리 유물, 우리 사람
-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모르는 윤봉길
- 황포탄 의거(黃浦灘義擧) 주역들의 엇갈린 운명
- 들불 같던 그 영웅들은 다 어디로 갔나?
- 국왕과도 맞서던 조선의 기자들
- 훼손, 도난, 강탈, 어이 상실 국보 수난사
- 놀랍도록 똑같이 재현된 반대파 숙청사건
- 적국에서 드날린 조선 왕자들의 기개
- 임진년 순왜(順倭)가 일제 친일파에게 묻다
2부. 우리가 몰랐던 국보 이야기
- 천 년을 묻혀있던 고통을 아시나요?
-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지
- 이름 되찾기까지 72년 파란만장 궁궐 수난사
- 국정 역사서만 있었다면 고조선도 없었다
- 한반도 유일 고구려비에서 사라진 글씨들의 비밀
3부. 안타깝게 떠나버린 우리 역사의 영웅들
- 이순신의 마지막을 둘러싼 논쟁들
- 독립영웅이 몸 일으킨 그곳 이젠 쓸쓸한 자취만이
- 조선 최고의 침의(鍼醫)가 된 노비
- 조선의 무자비한 여성 제왕 문정왕후(文定王后)
- 납치와 고문에 스러져간 천재 작곡가 윤이상
4부. 옛날이야기지만 현재가 비칩니다
- 내 목을 잘라도 우리 땅은 자를 수 없다
- 조선 여성의 재능은 축복 아닌 재앙이었다
- 나라의 아버지 국부(國父)를 찾습니다
- 15만 원 군자금 탈취사건을 아십니까?
- 사과 않는 일본, 쓸개 없는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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