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마음을 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때 둥굴고 원만하고 아무것도 채워지지않은 순백의 달항아리를 바라본다. 그것은 학이나 국화나 연꽃이 그려진 초화문 항아리는 아니다. 그러나 텅 빈 속에 오히려 무한한 여백을 안고있다. 세상사란 무엇인가. 누구는 물 위에 비친 달그림자라 하고, 누구는 바람이 지나가면 흔들리는 뜰의 대나무 그림자라 한다. 부침과 생멸이 물 위에 비친 달그림자, 바람이 지나간 뜰의 대나무 그림자라 한다. 은퇴 후는 아침엔 책을 읽고, 오후엔 산에 약수 뜨러간다. 산을 사랑하고, 술과 달을 사랑하고, 문장을 사랑하려고 하였다. 돈과 권력같은 건 되도록 멀리하였다.
젊은 시절은 철학을 배웠다. 은퇴 후에 수필가가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나를 버리면 하나를 얻는다. 세상사를 버린 대신 몇개의 글을 얻었다. 노년에 가장 가까이 한 것은 산이다. 그동안 지리산 드나들며 얻은 시와 여행기,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 그것은 산과 자연에 대한 글이 주종을 이룬다. 그것은 달항아리처럼 둥굴고 원만하고 아무것도 채워지지않은 순백의 것은 아니다. 서투른 도공이 만든 매화나 국화, 산이나 구름이 새겨진 항아리 같은 것이다. 그러나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떠나는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누군가 서투른 도공의 흔적을 가만히 웃어줄 것을 기대한다.
김창현
수필가
1944년 출생
진주고, 고려대 철학과 졸업
《문학시대》 수필 등단(2007) △청다문학회장. 남강문학회 부회장
불교신문?내외경제신문 기자, 아남그룹 회장실 비서실장, 아남프라자백화점(속초) 대표이사. 동우대 겸임교수 역임△찬불가 가사 공모 당선 △저서 『재미있는 고전여행』,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은』, 『작은 열쇠가 큰 문을 연다(아남그룹 창업주 자서전)』, 『나의 인생 여정(장재걸 선생 자서전)』
머리말
제1부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눈이 내리면
눈 온 아침
매화가 피면
그녀의 정원
지하철 속의 아베마리아
세모(歲暮)의 글
집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제2부 무엇을 마음에 두고 살아야 하나
종소리
새벽 예불
통도사의 암자들
템플스테이
절 구경
무엇을 마음에 두고 살아야 하나
제3부 매화송
매화송(頌)
소나무
대나무의 운치
목단송(頌)
바위. 그 여러 모습에 대한 명상
제4부 지리산 시첩(詩貼)
그리운 지리산
지리산에 은거한 친구를 생각하며
청산이 누구신가 마음속에 짚어보니
산에 갈 때마다
소나무
춘란
구절초
국화주
구절초
한시 3수(漢詩 3首)
菊花
山家水聲(산가의 물소리)
臥翁(들어누운 노인네)
제5부 산정무한
지리산에 인삼 좀 심어놓고
지리산에 오가피를 심어놓고
두류동에 현판 하나 걸어두고
산정무한
천왕봉 등정기
답산(踏山)의 의미
제6부 수필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산수화 화법과 수필 작법(1)
산수화 화법과 수필 작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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