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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book > 문화/예술
[문화/예술] 서금랑의 매니큐어그림 이야기
서금랑 | 지식과감성# | 2014-06-20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5-10-05)



제작형태 : pdf
대출현황 : 대출:0, 예약:0, 보유수량:5
지원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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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꺼풀 연축이라는 희귀질환과의 처절한 싸움 속에서 발견한 한줄기 광명, 매니큐어 화.

    흔히 볼 수 있는 일용품, 생활용품에 매니큐어로 섬세하게 그려간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하게 재탄생된 작품들처럼 자신의 마음도 환하게 밝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니큐어만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가 가슴속에 가득 차게 된다.

    작은 시도가 가져온 큰 삶의 변화를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문

    내 소꿉친구 영이는 늘 손톱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녀는 빨강 손톱이 모든 액운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70이 다된 오늘도 그녀는 열심히 매니큐어를 바른다.



    6년 전 홈쇼핑 채널에서 15가지 색깔의 매니큐어를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영이 생각이 났다.

    나는 남편에게 빨리 홈쇼핑에 전화를 좀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매니큐어를 받아들고 ‘어쩌면 이리도 고운 색들을 만들었을까?

    세월이 참 좋아졌구나’ 하고 생각 했다.



    나는 열 손톱에 내가 좋아하는 색들을 바르고 꽃도 그려넣었다.

    예뻤다. ‘백가지 액운도 막아주겠지...’ 며칠은 행복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니 손톱이 무겁고 마음까지 갑갑해져 왔다.

    손톱들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아우성치는 듯 했다.

    음식에 부스러기가 들어갈까 불안하기도 했다.

    아세톤으로 싹 지워버리니 손톱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 후 몇 년째 책상 구석에서 잠만 자던 매니큐어들을

    어느 날 새벽 열어보니 떡떡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낡은 화분과 주워온 항아리며 화분, 빛바랜 플라스틱

    장난감에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낡고 퇴색해 버려진 것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살아났다.

    잠을 깬 남편은 극찬했다.



    십 수 년을 병마와 싸우며,

    어느 날은 하루에도 내과, 안과, 신경정신과를 차례로 드나들었다.

    거의 시각장애인 상태로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산다.

    덕분에 집 안팎살림은 몽땅 남편 차지가 되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보톡스 주사로 억지로 눈을 띄워 놓지만 고통과 불편함은

    상상초월이다.

    그나마 놀라운 현대의학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 안과 주치의께서는 평생 안고 갈 난치병이라고 하셨다.



    어느 날 TV를 보니 나와 같은 병(눈꺼풀 연축)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이,

    남편이 그녀를 위해 풍광 좋은 곳에 유리로 집을 지어 주었는데, 좋은 공기에

    햇볕 많이 쬐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꽃 가꾸고 마음 편히 살다보니

    눈의 통증이 사라지면서 좋아졌다고 했다.



    나도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릴 때면 눈이 빵그렇게 떠지고, 마음도 편하고 즐겁다.

    어쩌면 나도 그 여인처럼 완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얼마 전 터키의 한 시골농부의 아내가 심심풀이로 그렸던 그림들이

    하루아침에 그녀를 세계적인 화가로 만들어주었다.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불행과 고통속의 열정은

    작가를 만든다.

    철학자를 만든다.

  • 서금랑



    열 살에 죽은 내 친구...

    엄마 손 잡고 동네 초상집 따라가

    몇 점 얻어먹은 돼지고기 때문이었다.

    열 대여섯에 죽은

    내 소꿉친구의 남동생 욱이

    물에 빠진 술꾼 아버지를 구하려다 죽었다.

    그 통에 그 집은 풍비박산 났다.

    스물한 살에 가버린 내 친구...

    죽어라 좋아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만 좋아라 하니

    이 약국 저 약국 돌며 한 움큼 사 모은 수면제를

    먹고 죽었다.

    또 한 친구는 연탄가스로 죽었다.

    서른 몇 살에 죽은 내 친구의 친구...

    살림 솜씨가 딱 부러졌다.

    어릴 적 계모 밑에서 컸다는데

    훌륭한 남편 만나

    그 옛날 반포 아파트에서 예쁘게 꾸며놓고

    딸 셋 낳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위암인가로 죽었다고 했다.



    마흔 몇 살에 죽은 내 제일 친한 친구...

    내게 엄청난 빚보증을 서게 해

    나를 죽을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었다.

    오십에 죽은 O여사...

    사당동 재개발 때 앞장서 싸웠는데

    화를 못 이겨 매일 팔팔 뛰었다.

    덕분에 소송에 이겨 편히 살만 할 때

    그녀는 췌장암으로 먼저 떠났다.

    남편은 처녀 장가들어 그 아파트에서

    재미있게 산다며 동네 엄마들은 못마땅해 한다.



    오십에 죽은 또 한 친구...

    부자 남편 만나 호의호식하며 살았는데

    몹쓸 바람기 때문에 남편에게 맞아 죽었다.

    그러나 친구들은 모두 쉬! 쉬! 했다.

    나 혼자 헐떡거리다 쓰러져 병만 더 깊어졌다.

    육십이 넘자 가끔씩 누구누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죽고 싶다는 하소연도 듣는다.

    엊그제도 어릴 적부터 내게 상처 많이 주었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친구가 췌장암으로 죽었단다.

    그래도 불쌍했고 큰 쇼크였다.

    타인의 죽음이 내 삶을 일깨워준다 했던가?

    내 아들은 음악에 미쳐 공부도 않고 속을 팍팍 썩이다가 19살에 죽었다.

    그 후 20여년 내 삶은 처절했다.

    그러나 내 인생을 통틀어 그렇게 착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이제 내 남은 생은 얼마나 될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은 하나다.

    오래 살아야 한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니까...

    순수해야한다.

    순수 그이상의 가치는 없으므로...

    노력한 사람의 자신감, 순수한 사람의 용기로

    창의력 넘치는 멋쟁이의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