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시기를 맞는다. 아이들은 그 전에는 접해본 적도 없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처음 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같은 교실에서 서로 얼굴을 보며 생활하게 된다. 아이들은 시간에 맞춰서 등하교를 해야 하고, 교과서, 숙제, 준비물도 잘 챙겨야 하고, 모르던 다른 아이들과 사이좋게 어울려야 한다. 가족과의 생활이 전부였던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은 시냇물만 겨우 건너봤던 어제까지 경험을 뒤로한 채 원양어선을 타고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는 대양으로 나서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문자와 숫자를 익히는 것보다 학교와 교실에서 낯설고 모험적인 사건들을 겪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이 책은 이처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배움에 교과서 지식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교생활과 학급문화를 이루는 데 담임 선생님으로서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다룬다. 이 책의 저자인 엄은남 선생님은 베테랑 현직 교사로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배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겪는 모든 일상생활을 통해 주인 의식, 협력, 배려, 의사소통 능력, 자발성 등과 같은 내면의 힘을 기르도록 담임교사가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과 태도를 생생하고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3월 개학 직후 아이들과 첫 만남이나 ‘학부모 총회’, ‘현장체험학습’ 같은 연례적인 행사에서 담임교사에게 필수적이고 유용한 프로그램이나 방법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급식에 남은 돈가스’가 있을 때, ‘복도에 토해 놓은 오물’이 있을 때, ‘간지럼 때문에 아이들의 다툼’이 났을 때, ‘뽀로로 색연필을 가져온 같은 반 아이를 다른 아이가 놀려댈 때’처럼 돌발적이고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담임교사가 어떻게 침착하게 이에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학교 교실의 폭력적인 사건들 때문에 아이들의 관계와 마음에 상처가 발생했을 때 ‘회복적 생활지도’라는 관점에서 담임교사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생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처음 발령을 받거나 초기 교직 생활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과 아이들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처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유용하다. 또한 초등학교 학급운영에서 아이들의 내면적 역량 계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엄은남
저자 엄은남은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초등상담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의사소통에 관해 관심이 많아 말하기 지도를 주제로 하여 수업개선연구교사로 활동했으며 수업방법혁신 팀연구와 혁신동아리 활동 등을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온라인 연수보다는 집합 연수에 즐겨 참여하는 교사입니다. 서울교육연수원, 전북교육연수원, 인디스쿨 등에서 프레네 교육을 강의했으며 학급경영, 회복적 생활지도, 모험상담 분야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양 1급 교사 자격연수에서 수업지도 강의를 했고 현재는 서울시흥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또 생태창의성연구소와 세계시민교육연구소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