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인문학 인재로의 첫걸음
이 시대 지식인의 필요충분조건
인문 교양인의 어휘 실력 길잡이
문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문자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태어나 성장하고 죽는다. 금방 사라지기도 하고 오래 살아남기도 하는 등 각자 인생을 갖고 있다. 저자 박수밀은 우리 문자였던 한자를 죽은 기호가 아닌 살아 있는 상징이자 문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동아시아의 보편 문자였던 한자는 오늘날엔 외국어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자는 단순한 표기 수단을 넘어 우리 민족의 문화사와 정신사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과거 고전 문학과 문화유산의 대부분이 한자로 쓰였다. 그런 까닭에 어휘로서의 한자는 우리말을 형성하는 뿌리이자 동아시아 문화를 푸는 열쇠가 된다.
고유어는 감각적이고 익히기 쉬운 반면 한자어는 개념적이고 철학적이다. 개념어는 대부분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자어를 잘 이해하면 논리적 사고를 펼치는 데 유리하며 개념을 설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게다가 한자는 확장성을 갖고 있어서 하나의 글자를 이해하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많은 단어의 뜻을 유추해갈 수 있다. 예컨대 당唐이나 호胡가 중국을 가리키는 말임을 이해하고 나면 당나귀, 당면, 호떡, 호두, 호박 등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사물임을 알게 된다. 반면 양洋이 서양을 가리키는 말임을 배우면 양말, 양동이, 양파, 양송이 등이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사물임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한자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교양과 상식을 넓힐 수 있으며 우리네 삶의 양식과 생활 습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글에는 그 글을 사용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한자의 뿌리와 배경을 살피면 우리말을 풍성하게 살찌우고, 우리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부 〈뿌리를 찾다〉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유래와 기원을 살폈다. 인간에게 족보가 있듯이 글자도 그 기원이 되는 뿌리가 있다. 썰매는 왜 썰매가 되었으며 서랍은 왜 서랍이라고 부르는 걸까? ‘육시랄’의 기원을 안다면 결코 이 말을 쓰지 못할 것이며, 대합실이 일본에서 온 말임을 안다면 적당한 말을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2부 〈삶에서 배우다〉에서는 우리 삶에서 흔히 사용하는 한자어를 주제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결혼, 죽음, 시간, 나이, 친구, 술, 학교생활 등 일상에서 접하는 어휘의 쓰임새를 다루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이야기했다.
3부 〈문화가 힘이다〉에서는 문화와 관련한 주제를 살펴보았다. 의식주, 문화재, 역사, 지리를 비롯해 시사 언어까지 담았다. 한자가 우리 삶과 문화를 해독하는 상징이며 의미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4부 〈비슷하지만 다르다〉에서는 ‘한 글자의 차이가 주는 어휘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자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글자 하나가 완전히 개별적인 뜻이 있으며 때로는 여러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단 한 글자의 다름이 미묘한 차이를 빚고 때로는 천 리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5부 〈서로를 비추다〉에서는 서로 대조되는 글자를 함께 붙여 놓아 글자에 담긴 인문 정신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서로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름은 서로를 비추어 주며 서로를 돌아보게 한다. 글자도 마찬가지다. 서로 대조되는 글자는 서로를 비추어 주며 서로의 의미를 깊게 만들어 준다.
책은 궁극적으로 한자를 수단으로 삼아 삶에 대한 인문적 성찰을 이야기한다. 인문학이든 교육이든 학문의 본질은 인간과 세계를 이야기하는 데 있다. 삶을 위로해 주든 각성하게 하든, 그 궁극은 인간을 돌아보게 하고 더 나은 곳을 비추어 주는 데 있다고 믿는다.
박수밀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의 문예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 후기 지성사를 중심으로 한 실학의 인문 정신과 글쓰기, 고전의 생태 정신, 동아시아 교류사에 관심 갖고 연구하고 있다. 분과 학문의 경계를 벗어나 교육, 철학, 역사 등과 가로지르는 통합의 학문을 지향한다. 고전의 풍부한 문학 유산이 지금 여기에서 의미를 갖도록 하는 문제를 고민한다. 선한 사람이 되는 것, 좋은 글을 쓰는 것,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이 되는 것을 소망한다. 현재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새기고 싶은 명문장』,『18세기 지식인의 생각과 글쓰기 전략』,『살아있는 한자교과서』(공저),『기적의 한자 학습』 등의 책 외에 다수의 논문과 번역서를 썼다.
머리말 - 한자는 살아 있다
1부
本 뿌리를 찾다
눈 위를 달리는 말, 썰매 14
벌을 주는 도구, 질곡 18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시작 22
가득 채우면 넘어지는 요상한 술독 26
이리가 장난을 치고 나면? 30
좋은 용과 못된 용 34
전쟁에서 제일 좋은 계책은? 37
만두는 오랑캐 머리? 40
점쟁이가 산통을 깨뜨리면? 43
이름에 숨은 뜻 46
서랍은 왜 서랍이라고 부를까? 49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51
있다? 없다! 54
화장실은 꾸미고 단장하는 방 57
우리말인 줄 알고 쓴 일본말 59
글자를 쪼개어 노는 놀이 62
음악의 신이 건달 되다 64
2부
生 삶에서 배우다
결혼, 할래요? 70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친구 75
마흔에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78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죽음 83
찰나와 영겁 89
책을 보지 않아도 되는 공부 93
난장판이 된 과거시험장 97
기氣가 끊어지면 어찌 될까? 100
스스로 주인인 ‘자自’ 이야기 103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까닭은? 107
무서운 세치의 무기, 혀 110
독毒한 술, 약藥한 술 114
옷을 풀어헤치면 창피해 118
학교에서 만나는 추억의 단어 122
바둑에서 배우는 인생 125
돼지꿈을 꾸면 돈이 생긴다? 128
3부
文 문화가 힘이다
우리나라 대표 음식, 김치 132
둘이라서 더 좋은 날, 설 135
차茶를 올린 차례 138
한식에 찬밥을 먹는 까닭 142
임금이 지내던 집, 궁궐 145
앞 수레의 바퀴 자국은 뒤 수레의 미래다 149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둑, 오징어 152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이 아니다? 156
효도하는 새가 된 까마귀 160
호수와 고개가 가른 영남과 호남 163
백두에서 한라까지 167
그 섬에 가고 싶다 171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즐겁다 175
유전무죄, 무전유죄 178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 경제 182
잘 결정하여 판가름하는 재판 186
한국의 물결, 한류 189
4부
異 비슷하지만 다르다
‘사’ 자字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리 194
광해군은 왕이 아니다? 198
촉석루와 오죽헌의 차이 201
제대로 보려면? 205
검객이 쓰는 칼 209
북한산과 관악산은 어디가 더 험할까? 212
역병이 무서운 이유 214
회回와 차次는 같은 말일까? 217
구狗는 잡아먹어도 되지만 견犬은 안 되는 이유 220
이름이 두 개라서 헷갈리는 글자 223
비난이 나쁜 까닭 226
상대방을 공격해도 될까? 229
같은 음, 다른 뜻 234
안중근을 열사로 부를 수 없는 이유 237
태평양과 지중해의 차이 240
5부
對 서로를 비추다
손오공이 서쪽으로 간 까닭 244
청춘의 봄과 추상같은 가을 248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251
안과 밖 255
사람 위에 사람 없다 257
피라미드는 금金 모양 259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262
나가고 들어가는 지혜 265
촌寸, 척尺, 장丈은 어느 것이 더 길까? 267
흑백을 가리다 269
손과 발이 하는 일 273
듣는 귀와 보는 눈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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